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과 30년..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문화적인 삶, 나 자신에게 인류 출생의 비밀을 묻는 것
전곡선사박물관 설립과 운영, 민간 전문가 주도
문화적인 삶, 나 자신에게 인류 출생의 비밀을 묻는 것
'구석기 체험숲'은 관-관협력 모범사례
연천 전곡리 유적과 인연 맺은 계기는?
“제가 전곡에 처음 오게 된 것은 제대 후 복학했던 1990년, 1991년 무렵이었어요. 그 당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배기동교수(현 국립박물관장) 모시고 전곡리 구석기 유적 발굴조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곡과 인연을 맺게 되었죠.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전곡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네요. 1980년대를 제외하고 1990년대 전곡리 유적 발굴·조사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지금 전곡선사박물관장을 맡고 있으니 전곡은 저에게는 제2의 고향이 아닌 제1의 고향인 셈이죠”
전곡선사박물관 설립에 참여한 과정..
전곡선사박물관 설립과 운영, 민간전문가 주도
“1993년부터 구석기축제를 매년 개최해 왔어요. 2005년부터 박물관을 짓자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죠. 구석기유적이 국가사적이라서 경기도립 박물관으로 추진하게 되었어요. 현재 국립박물관장이신 배기동교수 모시고 저도 계속 박물관 건립을 자문했어요. 2008년 경기문화재단에 민간인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제도가 때마침 생겨서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 건립추진단에 단장 배기동교수, 저는 실무팀장을 맡아서 현장감독을 하게 되었죠. 2011년 전곡선사박물관 개관 후 초대 관장인 배기동 교수 모시고 학예팀장으로 일했어요. 2015년 제가 관장을 맡고서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죠. 국내에서 박물관 건립을 민간이 맡아서 진행한 사례가 없어요. 관련 전문가들이 짓고 나서 운영까지 맡아서 진행한 경우도 국내에 없다시피 해요. 최고 전문가인 배기동교수가 박물관 계획부터 건립까지 훌륭하게 추진하셨고 실무자인 제가 운영까지 하는 전곡선사박물관은 국내에 이와 같은 사례가 거의 없어요. 개인으로서도 영광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곡선사박물관 입장에서 보면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좋은 상황인거죠”
박물관의 미래상은 무엇인가요?
문화적인 삶, 나 자신에게 인류 출생의 비밀을 묻는 것
“개관 9년을 맞이한 전곡선사박물관은 설립이념이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문화의 이해를 통한 인류 보편적 가치의 구현’이에요. 개인,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결국 출발점이 중요하잖아요. 우리가 출발점을 정확히 알면, 우리가 가야 할 목표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류의 진화, 나 자신의 기원은 알기 어려운 주제예요. 내가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출생의 비밀. 이런 의문을 가지는 삶이 결국 문화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박물관이 제공해서 연천군민, 경기도민, 나아가서 대한민국, 인류의 문화향유에 기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30만 년된 구석기 유적, 적어도 30만년 후에 구석기 유적과 우리 박물관이 어떻게 되면 좋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앞의 미래는 모르지만 이렇듯 피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종합문화센터 활동은?
'구석기 체험숲'은 관-관협력 모범사례
“경기북부에 유일한 도립문화센터입니다. 박물관 강당, 체험 학습실 등 시설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문화특강,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엔 2가지 구체적인 사업이 있어요. 첫째, 전곡리 유적 안에 ‘구석기 체험숲’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60면 규모로 1박 2일 캠핑 체험하면서 구석기인의 삶과 생각을 경험할 수 있지요. 연천군이 제안한 관-관협력의 모범사례이죠. 연천군이 조성·관리하고 전곡선사박물관이 전문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둘째, 지역문화센터와 관련해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이 영상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 2015년 어린이합창단을 전곡선사박물관이 만들었어요. 그 당시 실용음악을 배울 학원 자체가 없었죠. 아이들이 악기도 배우고 참여했던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이 최근 음악대학에 5명이 입학했어요. 전곡선사박물관이 지역문화의 전진기지로서 기여한 좋은 사례입니다. 2018년부터 연천군 소년소녀합창단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어요. 전곡선사박물관은 큰 금액을 투자한 만큼 지역에 돌려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활동무대로 마음껏 활용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