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시로 승격한 경기도 포천이 수도권 제일의 관광·레저·휴양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흉물로 방치됐던 폐석산이 국내 최초로 높이 80m 규모의 절벽 조각품으로 변모하고, 화현면 일대에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3만평 규모의 영화마을이 들어선다. 산정호수 일대 30만평은 콘도와 환경생태공원 등을 갖춘 종합 리조트로 개발되고, 소흘읍 일대에는 300만∼500만평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될 계획이다. 불편한 교통, 험한 산세로 개발이 늘 유보돼 온 포천이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외려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최고의 관광도시로 거듭난다=포천시내에서 4가량 떨어진 신북면 기지리. 산정호수와 온천 관광지 길목에서 산길로 1쯤 들어가면 50∼60가구의 주민이 농사지으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지금은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지만 불과 1년6개월 전까지만 해도 석산 개발에 따른 폭발음이 고막을 찢던 곳이다. 수십년간 진행된 석산 개발이 끝나고도 주민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돌을 캐내고 남은 자리에 깎아지른 절벽만이 휑뎅그렁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곳 주민들은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포천시가 최근 이 폐석산 절벽에 가로 150m, 높이 80m 규모의 조각작품을 새겨 넣는 등 이 일대를 아트밸리로 조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50년째 이곳에서 농사짓고 있는 정경모(67)씨는 “산정호수나 온천으로 지나는 길목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조각공원이 조성되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올 것 아니냐”며 “요즘엔 땅값도 올라 절로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와 맞닿은 소흘읍 주민 역시 이 일대에 300만∼500만평 규모의 신도시 조성 계획에 들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거론되는 전철 7호선 차고지를 소흘로 유치하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관광·레저·휴양도시 계획은 굵직굵직한 사업만 해도 아트밸리 계획을 비롯해 영상·영화마을, 산정호수 종합리조트 등 대여섯 가지나 된다. 이들 계획은 성가를 얻고 있는 이동 막걸리와 갈비, 그리고 일동에 집중된 온천지구 개발사업과 맞물려 포천을 수도권 최고의 관광도시로 발돋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0월 19일 포천군이 시로 승격되면서 이 같은 계획이 한층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골프장과 스키장, 온천, 이동막걸리, 이동갈비 등 이미 널리 알려진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새로 개발할 관광자원을 발굴해 올해 들어 구상단계에 머물렀던 아트밸리와 영상·영화마을, 산정호수 종합리조트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포천시 신읍동 이윤중(59·여)씨는 “그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에 묶여 개발이 지연되면서 많은 시민이 포천을 떠났는데, 요즘 들어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생겨났다”며 “포천이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첨단 테크노밸리 조성사업도 병행=포천시에는 전국의 어떤 자치단체에서도 볼 수 없는 ‘교육계’가 편성돼 있다. 이는 포천이 그만큼 교육적으로 소외됐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포천이 관광·휴양도시로 거듭나는 일만큼 문화 수준 향상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한 과제다.
포천시는 경기 북부지역의 시·군 중에서 유일하게 유치원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교육시설이 있어 교육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포천시는 현재 신북면의 삼성중학교를 예술고로 전환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수목적고교인 예술고로 특화해야만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가평이나 연천 지역을 아우르는 경기 동북부의 거점도시를 꿈꾸고 있다. 개발이 유보된 이들 시·군 가운데 그나마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가 포천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포천이 거점도시의 바탕이 되는 경제력을 확보하려면 연간 400만∼500만명의 관광객을 앞으로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을 비롯해 신도시 개발사업, 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원만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무공해 첨단산업단지인 자작동 산32-1 3만평 부지에 산·학·연·관이 연계한 대진테크노파크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포천시가 적극 후원하고 대진대와 서울산업대, 신흥대, 경복대 등 경기 북부 일원의 대학이 창업을 지원한다. 이곳에는 2000여 중소기업을 유치하거나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 보육과 종합정보 지원을 담당할 종합지원센터, 연구와 시범생산 기능을 맡을 기술고도화센터, 비즈니스와 문화 기능의 커뮤니티, 아파트 등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대진테크노파크는 신기술의 사업화와 고부가가치 창출로 낙후된 경기 북부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포천 개발에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원 부족과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등으로 규제가 만만찮다. 따라서 포천시가 경기도와 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역량을 과시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폐석산의 경우 그동안 흉물로 줄곧 방치돼 개발 명분이 분명하고, 산정호수 종합리조트는 민간 투자자를 통해 개발할 계획이어서 사업 추진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포천이 개발에서 제외돼온 점을 정부나 경기도가 충분히 알고 적극 지원할 뜻을 밝히고 있어 개발 전망은 밝다.
고려 성종 때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이래 996년이 지난 포천이 1000년 만에 서울 근교의 가장 각광받는 관광·레저·휴양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