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두루미의 날’입니다. 우리나라도 1968년부터 두루미를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겨울 철새입니다.
성격이 예민하고 서식 환경이 까다로운 두루미는 주로 사람을 피해 강이나 들판을 찾아 겨울을 납니다.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민통선내 임진강은 두루미에게 최적의 월동지입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의 임진강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이 그곳입니다.
그런데 이 두 곳의 여울이 하류 쪽 군남댐에서 이번 겨울 담수를 본격화하면서 거대한 빙판으로 변해 두루미들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습니다. 매년 겨울이면 200∼300여 마리 씩 월동하던 두루미가 사라진 것입니다. 대신 강 주변 먹이터(대체 서식지)와 산기슭에서 더러 발견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두루미 월동지 탐사에 나선 지역환경단체에 의해 사라진 두루미 떼의 행방이 확인됐습니다. DMZ(비무장지대) 여울에 60여 마리가 몰려 있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현장 조사를 벌인 이석우(58) 의정부·양주·동두천 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임진강 여울 두 곳이 겨울철 담수로 인해 물에 잠겨 사라지거나 빙판으로 변하면 두루미 월동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담수를 시작해 오는 5월 15일까지 계획 담수량(총담수량의 18%인 1300만t)에 해당하는 물을 담수 중입니다. 2012년 말부터 부분적으로 담수를 해오다 올해는 수문을 모두 닫고 계획 담수량을 처음 채웠습니다. 대신 하류의 하천 기능 유지를 위해 하루 40만t만 방류하고 있습니다. 임진강건설단 측은 “겨울에는 북한 당국이 임진강 물의 3분의 2를 예성강 방면으로 돌리는 탓에 물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겨울철 용수 공급과 봄철 가뭄에 대비해 담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생생한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의 실태를 사진과 위치도를 통해 보실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빙애여울이 거대한 얼음판으로 변해 있습니다. 300여 m 폭의 광활한 빙판 위에 두루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두루미도 없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이곳이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여울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9일까지만 해도 빙애여울은 임진강 두루미의 최대 월동지였습니다. 깊이가 10~30㎝로 얕고 물살도 빨라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입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 200여 마리가 강가에서 다슬기 등 먹이를 잡아먹고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잠을 자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1㎞ 하류인 연천군 중면 삼곶리 장군여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온통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고 얼음 위에는 눈이 쌓여 ‘얼음 왕국’을 떠오르게 합니다. 여기도 두루미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도 담수 전에는 겨울이면 100여 마리의 두루미가 겨울을 나던 곳입니다.
▶장군여울과 맞닿은 두루미 먹이터에도 두루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모형 두루미 3마리와 재두루미 2마리만 서 있을 뿐입니다. 멀리서 보면 진짜 두루미와 재두루미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곳은 율무 등 먹이를 가져다 주는 곳입니다.
▶같은 날 빙애여울에서 4㎞ 전방 남북이 군사적으로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주변에 위치한 DMZ 여울에서 두루미 60여 마리가 떼를 지어 월동중인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얼지 않은 여울과 주변 강가에서 두루미들이 먹이 활동을 하거나 쉬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