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국책사업이 '개발보다 환경이 우선'이라는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밀려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완공을 눈앞에 둔 사업들이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는가 하면 공사착공 후 1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고 있 는 사업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이 먼저냐, 개발이 먼저냐'는 논리로 5일 세계각국이 환경보전에 나서자는 '세계 환경의 날' 취지도 크게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은 농림부, 전라북도 등이 환경단체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전라북도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도 간척사업을 통해 200만명이 10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경제성'을 내세워 간척사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게 되면 해양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며 현재 상태에서라도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새 사업 방안을 구상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경기도 의정부 등 서울 북부 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공사도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반발로 하루 평균 8억여원의 손실만 낳고 있다.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사패산 터널을 뚫을 경우 국립공원의 다양한 생태계 파괴가 발생할 수 있고 수행에 전념 하는 승려에게 소음 공해의 피해를 안기고 있다며 의정부시를 우회하는 노선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 때문에 사패산 터널 공사는 2001년 11월부터 중단된 상태며 '노선재검토위원회'에서 사패산 터널 구간에 대한 노선이 재검토되고 있다.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 주식회사의 이종수 상무는 "환경단체와 불교계가 주장하는 대로 의정부시를 우회하는 방안으로 노선이 변경되면 수락산을 파괴해야 하고 공사비도 2조원가량 더 투입될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경주~부산간 경부고속철도의 경남 양산시 웅상읍과 하북면에 걸친 천성산 터널 공사도 중단된 상태다.
습지 밑에 터널을 뚫게 되면 습지가 사라져 생태계 파괴가 발생하고 공사에 따른 소음 공해로 인해 통도사 등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에게 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이제 와서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할 수 없는 데다 비용부담이 적지않아 노선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노선재검토위원회는 노선 변경과 관련된 재검토에 들어갔다.
경인운하사업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환경부에 2001년 말 운하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했지만 환경단체들이 수질악화에 따른 수중생태계의 파괴를 이유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영향평가만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상습 홍수피해 지역인 파주 문산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되는 한탄강댐 건설공사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 목소리로 국책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경애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국책사업과 관련해 정부와 환경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철저히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환경단체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