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께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임진강 들녘에 나온 농민 박모씨(60)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 논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확을 앞두고 벼가 여물어가야 할 시간에 치명적인 침수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시름도 잠시, 박씨는 그래도 한포기의 벼라도 살려야 한다며 무릎까지 차오른 논을 이리저리 다니며 물꼬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같은 시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김모씨(62)의 논 1천200여평에 심어진 벼도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비닐우의를 입은 김씨는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한데 추석을 앞두고 침수까지 돼 수확량을 거의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순간에 한해 농사가 망쳐지는 것이 허망하다”고 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김씨의 논은 물론 임진강에 접해 있는 이 일대 농경지 10만여평은 홍수가 날때마다 피해를 입는 상습 침수지역이다. 4년전 대홍수로 제방을 쌓고 난 뒤 피해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임진강 역류를 막기위해 배수문을 닫아버리면 가둬놓은 물이 빠지질 않아 작은비에도 침수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농민들은 수차례에 걸쳐 대형 배수펌프 대신 소형 펌프시설 설치를 관계 기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수확량이 줄면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문제지만 농가부채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기 힘들다”며 “그저 비가 빨리 그쳐 그나마 피해가 줄어들길 바랄 뿐”이라고 아쉬워 했다.
이처럼 경기북부지역에는 지난 23일부터 24일 오후까지 350mm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임진강 주변과 저지대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피해를 입고 있어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가슴이 멍들고 있다.
연천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 윤모담당(45)은 “벼가 익어가는데 일조량이 부족한데다 침수피해까지 입어 수확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침수가 오래되면 병충해까지 생길 수 있는 만큼 침수후의 신속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