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과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 교사모임'소속 교사 등 29명은 지난달 9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고성.인제.양구.화천.철원, 경기도 연천.파주.고양.김포.강화 등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DMZ 지킴이'들이 지켜본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248㎞에 달하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의 모습을 소개한다.
▲동부해안 = 동해안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지역은 한반도의 핵심적인 산림 생태축이라 할 수 있는 백두대간이 동해의 해양생태계와 만나는 지점.
동해안 비무장지대는 국내에서 산림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자연상태 그대로 연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나 현재는 동해선 복원공사로 이러한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중동부 산악지역 = 백두대간과 그 주변 해발 800미터 이상의 산악지역. 칠절봉에서 향로봉·건봉산으로 이어지는 향로봉산맥은 지형이 험준하며 자연적인 경관과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다. 펀치볼분지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대암산과 대우산 일대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특히 대암산 정상 부근에는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다.
대암산 큰용늪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한 고층습원으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 대암산 조사에서 금강초롱, 참배암차즈기, 지리강활, 바위구절초 등 우리나라 특산식물을 비롯해 솔체꽃, 곰취, 쥐손이풀, 흰물봉선, 참취, 동자꽃, 긴산꼬리풀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야생화 군락이 발견되었다.
대암산 용늪은 현재 국제적 습지보전지역인 람사사이트인 동시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수량이 감소하고 주변부가 건조해짐에 따라 육화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철쭉과 신갈나무 등 산지성 식물이 침입하고 있다.
▲철원평야 = 철원평야는 동해안에서 서해안에 이르는 비무장지대의 가운데 부분으로 겨울철새들을 위한 먹이가 풍부하다. 또한 겨울에도 섭씨 15℃ 정도로 얼지 않는 물이 솟아나 물새들이 월동하기에 좋은 조건. 매년 겨울 두루미와 재두루미, 호사비오리, 쇠기러기 및 큰기러기, 독수리, 청둥오리 등 50여종 10여만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며 맹금류인 독수리와 검독수리, 매류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획일화된 경지정리와 곳곳에 세워진 전신주 때문에 두루미의 서식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또한 안보관광과 철새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도로를 개설, 두루미 등 겨울철새의 월동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스크림 고지 = 철원평야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해발 219m의 자그마한 언덕으로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 고지 확보를 위한 양쪽의 끊임없는 포격으로 정상부가 아이스크림 녹듯 깎여 아이스크림고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아이스크림 고지는 철원평야 겨울철새 도래지의 중앙부에 위치하여 두루미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그러나 관광객 편의를 위해 올해 주차장과 진입도로가 건설돼 두루미 등 겨울철새의 도래지가 단편화되는 현상을 초래했으며 이곳에 오는 사람들과 차량으로 인해 서식 환경이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태풍전망대와 임진강 주변 = 주로 넓은 농경지가 있는 지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들이 태풍전망대 인근 임진강 유역에서 매년 월동하고 있다.
올해도 태풍전망대 앞 임진강변과 민통선 지역인 강내리 지역에서 두루미가 3월초까지 관찰됐으며 2월경에는 80마리까지 관찰되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태풍전망대 앞 임진강 변의 노리고지 밑 습지에 두루미가 날아들어 휴식을 취한다.
또한 이 지역을 비롯한 연천 일대의 민통선지역에서는 고라니가 상당히 많이 목격되며 곳곳에서 쉽게 고라니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멧돼지 발자국도 일부 발견됐다.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비무장지대 생태조사를 통해 태풍전망대 주변 산림생태계는 산림개간 등으로 교란이 심한 상태임이 확인됐다. 주변 산지는 큰 나무는 많이 없고 수령이 적은 나무나 초지로 돼있다.
▲한강하구 =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하구는 하구둑으로 막혀 원래의 생태적 기능을 상실한 상태지만 한강.임진강 하구는 남북 분단과 대치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지켜진 자연 하구다.
재두루미(보호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203호)와 저어새(멸종위기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205호), 개리(보호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325호), 큰기러기(보호야생동물)를 비롯한 수만마리 이상의 철새와 고라니 등의 야생동식물이 정기적으로 찾아오거나 서식하고 있다.
특히 파주시 교하면과 김포시 하성면 일대는 재두루미 도래지로서 1975년에 천연기념물 제250호로 지정됐으나 한강 일대의 대규모 개발로 인한 수리환경의 변화와 인근의 자유로와 고양, 파주, 김포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해 서식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로서의 기능을 점점 잃고 있다.
오두산 전망대 북쪽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발달한 강변 초습지에서 18마리의 저어새가 확인됐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쇠기러기 16마리와 큰기러기 3마리 등도 발견돼 겨울철새인 기러기들이 소수 남아 번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7월의 조사에서는 곡릉천 하류에서도 저어새 2마리가 발견되었다.
▲강화도와 서해안 = 강화남단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갯벌이 넓게 발달해 있으며 이곳에는 각종 도요 물떼새류와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기러기류, 오리류 등이 도래한다.
특히 강화남단 분오리돈대 앞의 각시바위에서 60여마리의 저어새가 발견됐고 석도와 비도 등 서해 무인도서에서 번식한 저어새들이 강화남단 갯벌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석도와 비도 = 서해상 북방한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석도와 비도는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의 저어새 번식지다. 섬에 상륙하지는 못했지만 석도에서는 가마우지와 괭이갈매기 무리를 관찰할 수 있었고 석도와 비도 사이의 작은 섬에서 갈매기 또는 저어새로 보이는 새 4개체가 발견됐다. 저어새는 이미 번식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외에도 주문도와 볼음도 사이의 작은 섬에서 2살 정도의 유조로 추정되는 저어새 8마리가 관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