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들여 건설…하루걸러 놀려 쓰레기 소각장이 세금을 태우고 있다.
서울·경기 등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소각장을 지나치게 크게 짓는 바람에쓰레기 반입량 부족으로 소각로가 잠자는 날이 많다.
대안으로 추진중인 소각장광역화는 지역이기주의와 자치단체간 이해관계로 삐걱거리고 있다.
◇처리용량 억지 채우기=경기 군포시는 하루 85t의 쓰레기가 발생하는데도2001년 6월 산본동에 하루 200t 규모의 소각장을 짓는 바람에 한달에 절반은소각로가 놀고 있다.
파주시도 512억원을 들여 지난 6월 탄현면에 쓰레기 소각장을 지었으나, 하루쓰레기 발생량은 처리용량 200t에 절반도 안되는 70여t에 불과하다. 그나마 30여t은 김포시에서 오는 쓰레기다.
이 때문에 소각장이 완공된 지 두달이지나도록 소각로 2기 가운데 1기는 놀리고 있다. 시는 남아도는 용량을 채운다며공장 폐기물 반입을 추진하다가 주민 반발만 불렀다.
서울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하루 처리용량은 강남 900t(2001년 건설), 노원800t(97년 〃), 양천 400t(96년 〃)에 이르지만, 실제 가동률은 올 4월까지 강남22%, 노원 19%, 양천 47%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각장마다 쓰레기를며칠씩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태우기 일쑤다. 이 때문에 서울시내 3개 쓰레기 소각장은 열 손실 등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못하고 있다.
소각장 건설 이후 지금까지의 누적 적자액은 노원 162억여원, 양천144억여원, 강남 27억여원에 이른다.
◇광역소각장 논란=소각장마다 소각로가 텅 비어 있는데도 이웃 자치단체에서나오는 쓰레기는 김포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져 땅에 묻히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있다.
소각장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 쓰레기 반입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애초 강남소각장은 성동·서초구, 노원은 도봉·강북구, 양천은영등포구 물량을 함께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소각장 건설 당시 반대여론을 무마한다며 해당 자치구 쓰레기만 태운다는 조건을 달아 구로구를 뺀나머지 21개 구의 쓰레기는 매립지로 보내고 있다.
주민들의 태도는 아직도 강경하다.
지난달에는 서울시가 다이옥신 검출 결과를숨기고 있다며 노원 쓰레기 소각장 앞에서 주민들이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는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직 소각장이 없는 지역의 소각장 광역화 사업도 쉽지는 않다.
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 경기 북부 4개 시·군이 공동추진중인 광역소각장사업은 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양주군에 소각장을 짓고 나머지 3개 시·군이90%의 비용을 내기로 했으나, 분담금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양주군이 독자추진으로 방향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천·하남·여주·광주·양평 등 경기 동부 5개 시·군도 최근 광역소각시설건립에 합의했으나, 50일 동안 실시한 후보지 공모에 응모한 곳이 없어 재공모하는등 난항을 겪고 있다.
◇지자체의 고육책=‘소각장 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묘안짜내기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쓰레기 소각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해당 자치구가 내는 쓰레기반입수수료를 가동률이 낮을수록 비싸게 받고, 소각장 주변 지역주민 난방비지원금은 가동률이 높을수록 많이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자원회수시설 촉진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 7월부터시행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강남, 노원, 양천 등 3곳의 소각장 가동률이 지금처럼 유지되면 결국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반입수수료가 많게는 3배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해당 구청은 서울시의 정책 책임을 구에 떠넘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이렇게 될 경우 올해 쓰레기 반입료가 12억8100만원에서51억1400만원으로 올라간다”며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당근’도 없이갑자기 구청에만 40억원 가까운 부담을 지우려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충남 아산시의 경우 쓰레기 소각장 건립 예정지 주민들에게 현금 지원을 약속하고이달 한달동안 후보지 모집에 나섰다.
아산시는 사업비 500여억원을 들여 하루 100t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 2기와6만6천㎡ 이상의 소각재 및 잔여물 매립시설, 부대시설 등을 오는 2005년 착공해2008년 12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이기주의와 혐오 시설이라는 이유로후보지 물색에 어려움을 겪자, 응모 확정지역과 주변 영향지역의 각종 주민숙원사업과 복지시설 지원은 물론 20억~50억원의 현금도 주기로 해 ‘위도 주민현금지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소각장 광역화 불가능한가=전문가들은 과거 ‘1시·군·구 1소각장건설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보고, 현재 가동중인 소각장을 광역화해야 한다고주장하고 있다.
소각장 광역화의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구로구는 2000년 7월부터 옆동네인 경기 광명시와 쓰레기 소각장을 같이 쓰고 있다.
김건형 구 청소작업팀장은“애초 구로구와 광명시가 각각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려고 했으나, 구로구가광명시의 하수를 처리해 주고, 광명시는 구로구의 쓰레기를 받아들여 전국 최초로‘환경 빅딜’을 성사시켰다.
서울 마포구도 내년 말까지 완공될 쓰레기 소각장을인근 용산·중구와 함께 쓰기로 협약을 맺었다.
또 부산에서는 해운대소각장이 7개 구의 쓰레기를, 다대소각장이 3개 구 쓰레기를처리하고 있다.
특히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해운대새도시3만여가구와 몰운대영구임대아파트 등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소각장연대회의 이대수 공동의장은 “재활용율 증가는 생각하지 않고 인구증가에 따라 쓰레기도 늘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이 화를 불렀다”며 “이미 건설된소각장만으로도 전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가 가능한만큼 더이상 소각장을짓지 말고 적극적으로 광역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