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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강가에서 -2-
  • 2005.11.25
  • 조회 2769
지난 여름
 수마의 시달림으로부터 살아남은
 물억새 서걱이는 강가에 서면
 가을 햇볕에 절은 강물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로 안겨듭니다


 오후의  햇살을
 속살 저미도록 흠뻑 받으며 가슴을 열어줍니다


 교각에 부딪쳐도 빙그레 웃으며
 자진모리로 흐르는 강물에게
 어서 바다 되라고 격려의 합장을 해줍니다


 갈걷이 끝난 강 건너 황토밭엔
 산 꿩 한쌍 곁눈질하며 지스러기 낱곡을 찾고
 때이르게 날아온 물오리들은
 주절거리는 여울목에서
 끈적이는 여름 때를
 제 물갈퀴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농주에 취해 불콰해진
 농부의 얼굴 같은 태양은
 서산마루에서 머뭇거리고
 강물과 서로 눈웃음치며
 헤어질 줄 모릅니다

 
 조약돌 몇 개 강물에 던져
 파문을 일으키며


 작별의 연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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