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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3-
  • 2006.10.23
  • 조회 3001


그와 내가 닮은 점은
울면서 세상에 태어나
화려하게 죽을 준비를 하는 것 외는
매양 하나도 없었지만


그와 나와의 인연을 맺어준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냄새도 맛도 촉감도 없는 하나의 선(線)일 뿐이다
오열(五列)이다


어느날
여러번 물어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때
그는
멀리
저수지가 보이는 곳에
불먹은 흙덩이로 지은 그의 집에
햐얀칠을 하고 있었다


군침도는 가을날 오후
눈 내리는, 실성한 크리스마스 전야가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가을 가뭄에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저수지와의 고별이
괴로워서 일까


그 사람
비루먹는 지구 껍데기의 골짜기에서
웃고 있는 그의 오래된 집에
하얀칠을 하고 있었다


그믐 밤에도 하얀칠을 계속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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