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두루미 서식지인 경기 연천군 중면 횡산리 빙애여울에서 두루미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연천=연천사랑실천연대 제공
강원 철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두루미 서식지인 경기 연천군 임진강 유역이 군남 홍수조절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 23일 연천군 군남면의 임진강변. 굴착기가 동원된 물막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임진강 유역의 홍수를 막기 위해 2010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규모가 높이 26m, 길이 658m, 저수용량 7160만t인 대형 댐이다.
공사 현장에서 불과 500m 거리의 맑은물사업소 앞에서는 두루미 3마리가 얼어 붙은 강 위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두루미 800여마리 중 220여마리가 연천의 임진강변에서 겨울을 난다. 나머지 600여마리는 국내 최대 서식지인 철원 등지에서 한겨울을 지낸다.
연천지역은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민통선 안의 임진강 여울이 웬만한 추위에는 얼지 않는 데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자락에는 드넓은 율무밭이 펼쳐져 있다. 이 일대가 천혜의 두루미 서식지인 셈이다.
수자원공사의 계획대로 비홍수기인 10∼5월 물을 가두게 되면 만조 수위는 무려 31m까지 올라가 연천에서 두루미들이 가장 많이 관찰되는 중면 횡산리 빙애여울과 삼곶리 장군여울은 물에 잠기게 된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연천은 두루미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두루미의 낙원’”이라며 “댐이 건설되면 두루미의 서식지는 완전히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빙애여울은 연천의 임진강변에서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자 두루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라며 “단순한 홍수 조절 목적이라면 홍수기에만 댐을 이용하고, 비홍수기에는 수문을 항상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자 수자원공사는 두루미의 대체 서식지로 인공 여울을 조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기섭 녹색습지교육원 부원장은 “두루미가 임진강 여울을 찾는 이유는 즐겨 먹는 다슬기가 있고 주변에 율무밭이 있어 조용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인공 여울에는 다슬기도 없고, 댐이 건설되면 율무밭에 인공 포장길이 새로 나는데, 예민한 두루미가 다시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