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곳곳에 산재한 주한미군 기지들의 평택이전이 수년간 연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를 비롯해 일선 시·군이 수립한 미군공여지 발전종합계획의 전면수정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남북분단에 따른 수많은 군사시설로 인해 수십년간 규제 그물 속에 갇혀 있던 도 북부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으로 인한 특수효과를 한껏 기대해 왔던 까닭에 실망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9일 도와 북부지역 시·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정부와 미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LPP)을 체결한 후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면서 평택으로의 도내 미군기지 이전이 본격화됐다.
이후 국회는 지난 2006년 2월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반환공여지 개발을 위해 제출됐던 법안들을 모아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을 제정했다.
특별법 적용대상은 전국적으로 54곳 1억7천767만㎡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97%에 해당하는 1억7천240만㎡가 도내 20개 시·군 158개 읍·면·동에 산재하고 있다.
이후 특별법 시행령은 ▲반환공여지내 국유지중 공공용지(하천·도로·공원) 매입경비 지원 ▲종합계획에 포함되는 국가보조금 지원대상사업에 대한 20% 가산 지원 ▲반환공여구역에 330만㎡ 이상의 지원도시사업 구역 지정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제한을 받는 500㎡ 이상의 공장신설 허용업종 명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도2청과 주한미군 반환공여지가 위치한 시·군들은 발전개발계획을 수립, 지난해 1월 제1차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는 등 청사진을 제시하자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규제받아왔던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커다란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측이 미2사단의 이전공사비용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이전시기를 오는 2019년까지 늦추는 방안을 정부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북부 시·군이 추진했던 각종 개발사업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특별분과위원회 정례협의에서 미군측이 이전공사비용 6억달러 중 3억달러만 확보해 당초 2015년까지 완성될 예정인 평택기지의 경우, 2019년까지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측에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이전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12년을 목표로 반환공여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해왔던 북부 지역 시·군의 사업일정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미군측의 입장 변화에 따라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 미2사단 본부가 위치한 동두천시의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2사단 본부가 위치한 동두천지역내 미군기지는 모두 6곳. 이중 캠프 님블은 반환이 이뤄졌으나 캠프 테이시 등 5곳은 아직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동두천시는 당초 6곳의 미군기지를 한미협약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반환받은 뒤 유통상업단지, 글로벌21평화공원, 골프장, 산업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계획을 수립한 상태였지만 미2사단 등 기지 이전이 지연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2청과 경기개발연구원이 작성한 동두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피해분석결과에서도 이같은 전망이 제시돼 미군기지 이전이 오는 2019년으로 늦춰질 경우, 동두천시의 지역총생산(GRDP)이 4조813억원(연평균 5천83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수치는 올해 동두천시 예산 1천669억원의 24배를 넘는 규모다.
또 2012년 이후 동두천시의 지방세수 손실만 연간 213억원이 발생해 모두 1천491억원의 지방세가 결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2청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해 타 지역보다 동두천시에 대한 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이전 지연으로 인한 미군주둔 지역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반환미군기지의 조기반환 건의 및 동두천지역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두천 지역 주민들은 지역경제 침체 속에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던 반환미군기지 개발이 늦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모씨(56·동두천시 보산동)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기지촌이라는 오명 속에 살아온데다 끝없은 경기불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군 기지 이전 후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사정은 의정부시도 마찬가지로 캠프 스탠리와 캠프 잭슨 등 3개 기지를 반환받은 뒤 오는 2012년까지 교육연구단지와 대학이전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미군기지 이전 소식으로 인해 개발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캠프 잭슨을 제외한 나머지 2개 기지를 교육연구단지, 대학이전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현안사업인 광역행정타운과 경전철 통과 노선 등이 들어서는 5개 기지는 이미 반환된 상태로 공여지 개발사업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미군기지 이전 지연시 4년제 대학 유치 등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반환 지연에 따른 지가 상승으로 개발비용이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협의내용 등은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어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현재 주한미군측과 이전시기, 비용 등에 대한 협상이 모두 마무리되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