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 미생물 배양한 천연정화제 'EM 용액' 살포
악취 내뿜는 축사·하천 등 자연적 정화시켜
"화학 제제 비해 부작용 없고 지속적인 효과"
지난달 20일 오후 4시 양주시 봉암리에 있는 '봉암교'. 다리 위에 올라서자마자 겨울 바람을 타고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발 아래 '상패천'은 수량이 부족해 곳곳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남은 물은 뿌옇고 검어 한 길 속도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기름기를 띤 회색 물길까지 어디선가 유입되고 있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둑방 근처의 한 파이프. 주변 주택가에서 배출한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이 현장에 동두천시 'EM 기동반'이 출동했다.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만한 물 탱크를 얹은 트럭이 봉암교 위에 정차하더니, 기동반원 2명이 탱크에 연결된 호스를 꺼내 들고 다리 아래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콸콸 흘러내리는 황갈색 물은 검은 하천에 섞이며 '상패천'을 지나 동두천의 물줄기인 '신천'을 향해 흘러간다. 막걸리에 흑설탕을 섞은 듯한 냄새. 이 물이 바로 올해 동두천시의 하천과 축사, 각 가정의 악취를 싹 없애줄 'EM 배양액'이다.
◆내성·부작용 없는 '천연 정화제'
EM 배양액은 유효 미생물을 배양해 만든 일종의 '천연 정화제'다. 오염된 환경에 항산화 작용, 부패 억제 작용 등을 하는 미생물들을 집중 배양해 뿌림으로써 곰팡이나 병원균을 억제하고 자연을 소생시키는 것이다. 동두천시 황영성 환경보호과장은 "유용 미생물을 우세하게 번식시킴으로써 악취를 내뿜는 환경을 자연적으로 개선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라며 "기존 화학제와 달리 환경 오염이나 내성으로 인한 약물 과다 살포 등 부작용이 전혀 없고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을 활용한 환경정화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EM 활용이 시작되는 단계다. 제주도 대천동 계곡의 경우 EM 배양액 투입 8개월 만에 검은 물에 은어와 송사리가 서식할 정도로 크게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파스퇴르 유업 등 기업들도 EM을 활용해 폐수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동두천시는 이 '미래의 환경약물'을 관내 거의 모든 환경 오염 지역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작년 12월부터 양주시 봉암리 상패천과 하패리·상패동(동두천시) 일대 축사들에 EM 배양액을 집중 살포해 왔다.
이날 'EM 기동반'이 출동한 또 다른 장소는 상패동의 '덕천 농장'. 6000여㎡ 축사에 돼지 1700여마리를 기르는 곳이다. 이규하(38) 사장이 대(代)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데, 여름철이면 주변 주택가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EM 기동반은 20배로 희석한 배양액을 이날까지 총 10차례 500L 가량 축사에 살포했다. 효과는 어떨까. 이 사장은 "배양액을 뿌리고 몇 시간 지나자 악취가 크게 사라졌다"며 "축사 천장과 돼지들에게도 직접 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두천시는 일반 가정에도 배양액을 시범 보급하고 있다. 1.8L 들이 페트병에 담긴 배양액을 10~20배가량 희석해 하수구나 변기 등 악취가 나는 곳에 뿌리면 악취가 크게 개선되며, 아이들을 기르는 가정에는 아토피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동두천시는 밝혔다. 상패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문봉애(여·64)씨도 이웃들의 입소문을 듣고 배양액을 신청, 이날 페트병 2개분을 전달받았다. 문씨는 "설거지할 때나 화단, 계단 같은 곳에 뿌리면 냄새(악취)가 싹 없어진다고 하더라"며 "나도 시험해 보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 지난달 20일 양주시 봉암리에 있는‘봉암교’에서 동두천 EM 기동반원이 하천으로 배양액을 흘려보내고 있다. 올해 동두천은 하천·축사·가정 등에 대대적으로 EM을 보급해 환경을 정화한다는 계획이다. /선정민 기자 sunny@chosun.com
◆"축사·하천·가정… 어디에나 적용가능"
동두천시는 현재 동두천 재활용센터 내에 임시로 설치해 둔 배양기 숫자를 2배가량 늘리고, 부지 내에 건물을 신축해 조만간 본격적인 EM 배양액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상패동 일대 축사를 시작으로 관내 산업단지 등 산업 폐수 등으로 인한 상습 악취발생 지역과 음식물처리장, 환경사업소, 음식물 수거 차량 등에도 살포한다는 계획이다. 가정 보급도 '세제 10% 줄이기 운동'과 병행해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오염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신천을 되살리기 위해 수심이 깊거나 물 흐름이 정체된 구간 등에는 EM을 진흙에 짓이긴 'EM 흙공'을 대량으로 투척해 넣을 계획이다. 물로 인해 씻겨 내려가는 대신, 흙공이 물에 서서히 풀리며 지속적인 정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황영성 과장은 "올해 EM을 집중 살포하면 여름쯤 기존 민원 지역에 악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기적으로 '동두천표 EM'을 상품화해 소득을 창출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시는 EM 배양액의 살포 효과를 정밀 조사, 상반기 중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EM 배양액은
EM은 유용 미생물(Effective Micro-or ganisms)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탄산가스·메탄가스·암모니아·황화수소 등 악취를 일으키는 주요 물질을 먹고 사는 광합성 세균과 유기물을 분해하는 유산균, 곰팡이·병원균을 억제하는 방선균 등에 효모를 섞어 배양한다. 오염된 환경에 유익한 균을 번식시킴으로써 자연적으로 환경이 치유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서울 분당의 탄천, 종로구청 화장실 등에도 시범 적용, 수질개선과 악취제거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