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납 김치 등의 여파로 급등한 배추값을 두고 신중하지 못한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배추 재배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배추값이 생산비도 못건질 정도로 폭락할 땐 가만히 있더니만….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배추값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금(金)치’니 하며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연일 앞다퉈 보도해대니 너무하다 못해 이젠 할 말조차도 잊어버렸습니다. 농민은 그저 죽으란 말입니까.”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고병규씨(43)는 배추값이 조금만 올라도 장바구니가 들썩거린다며 소비자의 입장만 대변하는 일부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행태에 한탄했다. 고씨는 “정작 농민의 주 소득원인 나락값 폭락사태에 대해서는 뒷짐만 진 채 본전을 겨우 남긴 배추값만 갖고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납 김치, 기생충 김치 등 중국산 김치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산 배추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농업인들이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 국산 배추시장의 ‘호재’로 작용한 중국산 김치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배추 재배농민 김형욱씨(46·고창군 성내면)는 “최근 3년간 배추값이 인건비는커녕 영농비조차 건질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기면서 빚만 졌다”며 “이런 사정은 감안하지 않은 채 무조건 떼돈이나 번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농민을 두번 죽이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인근 마을의 김재식씨(53·고창군 공음면)도 “배추값 강세는 중국산 김치보다는 생산량이 줄어 빚어진 결과인데…”라며 한숨을 지었다. 농민 대다수가 장기간의 배추값 부진으로 농사를 포기해 생산량이 줄어 값이 올랐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의 배추값도 생산비를 고려하면 크게 남는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배추농사와 판매를 겸하는 주채봉씨(63·전남 해남)는 “배추값이 아무리 비싸도 도시소비자 4인 가족 한끼 외식비 정도면 겨우내 먹을 김치가 확보되는데 그걸 감안하면 결코 비싼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가락시장 중도매인은 “무·배추값이 너무 뛰면 소비자들이 아예 김치를 안 먹는 상황을 초래, 겨우 살아난 배추 소비가 다시 얼어붙는 것 아닌지…”라며 중국산 김치의 후폭풍을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