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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섬
  • 2005.07.15
  • 조회 2927


영원을 위해 바위가 된 작은 섬

뼈와 가죽이 맞붙어 가는 몸뚱아리



파도의 시달림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정수리에

억새가 운다.


섬은 외로워서

크고 작은 배들을 가리지 않고

머물다 가란다.

고독이 두려워

송전탑 하나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찬 바람이 싫어

사람들 발길 끊긴 틈새에

올해도 얼어붙은 옆구리를

전갈 같은 굴착기가 도려내어

어데론가 가져간다.


죄가 있다면 마른 가난 뿐인데

억울한 생피박리형(生皮剝離刑)을 당해

의식을 잃어가는 작은 섬.


바람이 분다.

분노의 바람이 거칠어진다.

파도가 높아진다.


풀잎 같은 배들이

겨울섬의 치마폭을 파고들며

모성애를 느낀다.


폭풍경보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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