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철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말씀을 가만히 듣노라면 세상살이 실음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듯 늘 편안한 분이다. 가끔 교인들과의 모임이 있으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럼, 성도들은 움찔 놀란다. 한 교회의 목사의 질문이기보다는 철학 박사님의 질문인 것처럼 순간 주춤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도 몇 번은 놀라움으로 답을 하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그 경험으로 다음부터는 가장 쉬운 어린아이 같은 답을 내어놓기로 한 것이다. 가끔 철없는 대답에 웃음 띤 얼굴로, "집사님, 그 대답이 참 좋습니다" 하고 말씀해 주시는 목사님의 그 따뜻함을 어찌 모를까? 그렇다 어찌 보면 사람살이에서 일어나고 사라지고 또 생기고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철학이든, 문학이든, 그 어떤 학문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삶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니 사람살이에서 가까운 답이면 최고의 답일 거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최고도의 첨단이 오가는 놀라운 세상에서 때로는 "뭘까? 하고 관심을 갖으려면 벌써 저 만치 달아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리 넓은 보폭으로 따라가려 해도 좇아가기가 바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리도 복잡한지 그렇다고 뭐 특별히 거창하게 내세울 것들도 없는데 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왜, 이렇게 허덕이며 바삐 시간을 좇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무엇인가 자리에서의 내 모습을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의 시간동안 가족이 함께 식사할 시간도 하루 중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들과 부모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도 어렵다는 생각에 뭔가 번쩍하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마음 한구석이 휑하다. 그러니 어찌 서로간의 대화가 있을 수 있을까?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자식이 무모에 대해서 무얼 어떻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가 자기 일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화의 문이 닫히며 벽은 점점 높아만 간다. 서로의 믿음이 담 속에서 보이지 않고 불만만 쌓이고 불신만 높아가니 어찌 가족이라 할까? 그저 한 집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이제는 각자의 복잡한 보따리들을 풀어서 정리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겨 둘 것은 남겨두는 정리를 해보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쉬운 얘기로 물어오는 질문을 철학 박사님이 물어오니 어렵게 생각해서 답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제일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는 일들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단순해지는 것이 일이든, 사람이든, 관계를 제일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서로가 다들 바쁘고 복잡한 생활 속에 살아간다. 더욱이 이민 생활이 그렇듯이 언어적인 장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다 풀어버리지 못하는 것들에서 오는 쌓인 복잡함을 안고 살아간다. 이럴수록 좀 더 단순해지는 일이 내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얼마만큼의 배려이며, 예의라는 생각을 해본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 더 이상일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들은 얘기에 내 생각을 복잡하게 얹어 놓을 것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는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속 답답해서 말해오면 들어주는 일이면 족한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란 그리 쉽지 않지만, 반복 연습으로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닫는 날이다. 무엇인가 공부를 하다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청하면 제일 좋은 선생님은 제일 단순하게 기본을 가르쳐 주는 분이다. 너무나 많은 설명이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도 좀 단순해지는 엄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전해주는 말을 내 해석대로 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자식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믿어주는 일, 자식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일단은 믿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복잡하게 아이의 속을 끄집어내려 하지 말고 단순하게 믿어주는 일이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