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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 2005.11.25
  • 조회 3101
전쟁의 포화에 눈알이 빠져나가고
 늑골이 무너져버린
 노동당사* 라는 빈집 하나
 힘겹게 버티고 서 있다


 같은 핏줄간, 이데올로기(ideologie)의 승강이질이 있을 때
 이 집 속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반대파들을 데려다
 갖은 고문과 학살의 만행 있었다는
 기록이 하얀 판대기에 검게 선명하다


 생피를 좋아하는 자들이 연출한 비극 있었다해도
 철부지한 사람들이
 백주에 나타난 유령 같은 이 집과
 웃으며 사진도 찍는 볼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한가위날
 변방의 밤이다
 멀리 초병의 기침소리가 이따금
 시린 가을밤 대기를 가를 뿐
 고요가 잠을 청한다


 소름 돋는 전설이 사는
 흉가의 달그림자를 벗어나 하늘을 보니
 휘영청 밝은 달이 서옄으로 가다가
 걸음을 잠깐 멈추었다
 

 달의 눈물을 보았다.




 *노동당사: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에 위치한 북한 공산당 당사
                1947년 초부터 반공인사들을 사찰하며 대남 공작을 주도하던 곳
                고문과 학살에 의한 유골이 발견 되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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