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옥수수를 싫어한다.
사실 아마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서 옥수수를 두배 정도 먹은거 같다.
엇그제 대구 거래처 사장들이 내사무실로 텐트를 가지고 휴가를 왔다.
저녁무렵 엄마가 옥수수를 한 솥 쪄가지고 오셨다.
너무 맛있다고 먹는 아이들. 어른들.
.......................
새벽 4시를 지나자 엄마는 어김없이 나를 깨우신다.
벌써 옥수수는 경운기에 산처럼 실려있고, 주섬주섬 책가방을
경운기 기둥에 걸고는 출발을 한다.
5마력짜리 국제경운기 뿌래가 5인치다...고문리에서
동두천 농수산 시장 까지는 두시간이 걸린다.
딸딸딸딸...... 털털 거리며, 흐릿한 라이트를 비추고 달리는 신장로
새벽 공기는 그나마 시원하다.
워낙에 덜컹되던 경운기도 통제를 지나면서 아스팔트를 달린다.
이때쯤 엄마는 찐 옥수수를 꺼내 주신다.
옥수수라고 주시는것은 파치다, 팔기는 뭐하고, 남주기 뭔 하것은
이렇게 아침식사대용으로 먹는다.
경운기에는 보통 날 옥수수 10자루정도에 삶은 옥수수 두접 .
무쇠솥이 적어서 두접 정도 밖엔 못 삶는다.
동두천에 도착을 하고는, 공판장에 날옥수수를 공매하고 나면,
이제 찐 옥수수를 한접은 공판장 모퉁이 강원도 아줌마에게
넘긴다. 이때는 이미 경운기가 나타나면, 몇몇 노점상 아줌마가
몰린다. 서로 달라고 하지만, 늘 옥수수를 받는분은 정해져 있다.
다라에 담은 한접은 엄마가 자리를 잡으시고, 파신다.
벌써 7시가 되고, 난 엄마가 손에 쥐어주는 1500원을 받고,
경운기를 한쪽에 세워 놓고 버스를 탄다.
동두천에서 연천까지 학생 회수권 두장이다.
회수권 한장이 80원이였으니까..
내 수중엔 늘 돈이 있었다.
학교에서 졸진 안 았던거 같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6시20분 기차를 타고 동두천으로 간다.
6시55분에 도착을 해서 경운기를 몰고 돌아오는 길이
아침시간보다 너무 멀다.
그래도 경운기가 가벼워 져서
신나게 레이싱을 한다.
비록 모든차가 나를 추월해 가지만,
도로에서 달릴때 느끼는 시원함.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운전을 피곤하다고 생각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이때 부터 인지 모르겠다.
해는 지고 9시쯤에 도착한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으면, 엄마는 이미 낮에 따온신
옥수수를 까고 다듬고 계시고,
뭐하러 사서 고생하냐고 한마듸 하시는 아버지는
이미 가마솥에 옥수수를 삶고 계신다.
참 신기하게도, 이렇게 보내는 중학교 3년동안
성적은 1학년때보다 점점 좋아 졌던거 같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등하교가 너무 힘들어 자취를
시작 하게 되었다.그러면서 자연스레...
엄마의 옥수수장사는 끝났던거 같다.
그때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먹었던 옥수수!
난 옥수수를 싫어한다.
엇그제 옥수수를 쪄오신 엄마가 양은 솥째 들고 오셨을때
갑자기 중학교 그때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작은 것으로 집어 먹은 옥수수는 그때 그 밭에서 난 것이고,
그때 쪄주시는 강원도 옥수수인데,
그때보다는 맛있게 먹었다.
이제 가끔씩 옥수수를 먹을지도 모르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