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닷컴' 운영자 이석우씨가 취재해 인터넷에 올려놓은 사진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경원선 철길로 통학하는 학생들, 날림공사로 붕괴된 연천군 신서면 제방, 논에 물을 댈 수 없도록 공사된 양원천 물막이 보 모습. /연천닷컴 제공
▲'연천닷컴'을 운영하는 이석우씨가 사무실에서 인터넷 편집 작업을 하며 취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李鍾赫기자
연천군 전곡읍 한 게임방 옆 두평 남짓한 허름한 방, 인터넷상으로 각종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연천닷컴' (www.yonchon.com)의 편집실이자 제작실이다.
한켠엔 온갖 일간지 뭉치가 쌓여 있고, 카메라 장비와 전화는 24시간 비상 대기 중이다. 제보가 들어오면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기 때문. 인근 교통사고에서부터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탄강댐 건설 과정까지 연천과 관련된 이야기는 빠짐없이 이 곳으로 모인다.
"연천 주민으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정확한 지역 소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연천닷컴'을 운영하는 이석우(李錫雨·42)씨의 얘기다. 이씨는 '연천닷컴'의 취재기자, 편집장이며 인터넷 뉴스 제작자다. 각종 일간지와 TV뉴스 스크린, 현장 취재, 자료 사진 찍기, 편집, 인터넷 뉴스 제작 등을 혼자 도맡는다. 1인다역의 '인터넷 저널리스트'인 셈.
이씨가 '연천닷컴'을 시작한 건 지난 11일로 꼭 1년이 됐다. 연천 토박이로 10여년 농협에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지역 현안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교통혼잡 지역이나 건설현장 등 각종 민원현장을 다니며 주민들과 얘기하곤 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사진 기고가로 나섰다. 위험한 공사현장, 수해모습, 지역 행사 등 각종 장면을 담아 2년여 동안 지역 일간지에 투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의 욕심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기사와 사진을 주민들에게 선 보이기 위해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사진과 곁들여 각종 지역 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주민들 관심을 모았다. 경원선 철도를 건너 통학하는 위험스런 학생들 모습이나 유리가 파손된 순찰차 사진 등 연천의 모든 소식이 취재 대상이었다.
지난해 대규모 수해 땐 한탄강 등 곳곳을 누비며 현장소식을 전하고, 비효율적인 수해복구 현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이버 상으로 주민들 의견을 결집해 수해 원인이 된 연천댐 철거에 일조하기도 했다.
요즘은 한탄강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 의견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는 상황. 사건 사고 이외에 주민 행사나 미담 사례도 '연천닷컴'의 소재거리다.
수해 재난 극복을 위한 '수륙영산대제'나 자원봉사 모임도 소개됐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았다. 사고 현장을 누비며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받았다.
민원현장에서 이해가 다른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돈되는 일이 아니다보니 경제적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석달 전만 해도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 방 하나를 빌려 사무실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이 지역 주민이라면 '연천닷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하루 접속자만 200여명. '연천닷컴'의 취재기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자원봉사자도 생겼다. '연천 지역사랑실천연대'나 '한탄강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도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씨는 요즘도 '연천닷컴' 사무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낮엔 현장취재를 하고 밤엔 편집에 매달린다. 하루 수면은 4∼5시간. 잠자다가도 제보 전화가 오면 즉시 출동한다. 보수도 없이 바쁜 일이지만 이씨는 지금 누구보다로 행복하다고 했다.
"평생 연천에서 지역 주민들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내 고장 발전에 한 몫한다는 자부심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