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재규기자]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유압구조장비를 경쟁입찰하는 과정에서 9천여만원이나 싸게 입찰한 업체의 납품을 거부해 물의를 빚고있는(경인일보 8월 6일자 1면보도) 가운데, 도 소방재난본부가 애초부터 특정 제품을 구매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도 소방재난본부와 조달청,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5월 7일 유압구조장비 구매에 따른 입찰 공고 전(前) 절차인 '사전 규격 공시'에 대해 L사, O사, H사 등 관련 업체 3곳이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만을 구매하겠다는 의도"라며 특정 회사 제품의 특정 용어 삭제를 요청했으나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 규격 공시'란 정식 입찰 공고 전에 구매자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의견을 받아 조달청이 공시를 하고 관련 업체들의 의견을 제출, 그 의견이 타당성이 있을 경우 도 소방재난본부가 입찰 공고에 반영하는 제도다.
도소방재난본부는 업체들의 규격 수정 요구와 관련, 조달청에 보낸 검토의견서를 통해 "수용이 불가하다"며 "119구조대원들로 구성된 장비구매규격심의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불가피하게 단일 규격임에도 불구하고 채택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던 2곳의 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소방재난본부 중 사실상 유일하게 도소방재난본부만 특정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 입찰을 실시하고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20일자로 유압구조장비 입찰공고를 낸 전남소방재난본부를 비롯, 최근까지 유압구조장비 입찰 공고를 낸 강원·대전·전북·충북·경남·경북 등 7개 시·도 소방재난본부는 유압동력을 전달하는 노즐이 한 줄이든, 두 줄이든 관계없이 일정 성능 이상의 제품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사전 규격 공시'를 비롯, 입찰 공고에서 특정회사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외국 특허 제품으로 단일 규격이지만 119구조대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그 제품을 사려고 한 것"이라며 "입찰에 참여한 업체 두 곳이 국내 수입 공급원 및 국내 판매 총판이지만 세계 어디엔가 특정제품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두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그 제품을 외국서 직접 구매해 우리에게 공급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