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경기도 성남.하남시가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혀 앞으로 도내 시.군 통합논의가 활발해 질 전망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지역의 시.군별, 계층별, 단체별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통합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되며 자칫 지역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합이 거론되는 지역은 어디?
18일 도와 각 시.군에 따르면 최근까지 도내에서 행정구역 통합이 추진되거나 거론된 지역은 ▲성남.하남.광주 ▲남양주.구리 ▲수원.화성.오산 ▲안양.군포.의왕 ▲의정부.양주.동두천 등 5곳이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지난 17일 "이대엽 성남시장과 두 시의 행정구역을 합치는 데 합의했다"며 두 지자체간 통합 추진 의사를 밝혔다.
성남시 김대엽 시장도 통합에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시와 성남시는 1989년과 1973년 광주군에서 분리됐다.
지난달 7일에는 이석우 남양주시장이 "교통.통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구시대의 지리적.지형적 여건에 따른 시.군 경계 분리는 맞지 않다"며 구리시와 통합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과거 같은 화성군이었던 수원.오산.화성의 경우 당초 수원시가 광역시 설치를 목표로 2000년과 2007년 두차례 통합을 추진했으나 화성시.오산시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최근에는 통합 논의가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1941년 모두 시흥군에 속해 있던 안양시와 군포시, 의왕시의 통합 필요성도 한때 거론됐다. 이들 지역은 동일 생활권인데다 이미 도시개발로 인해 시 경계를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1963년 이전 모두 양주군이었던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양주시도 곳곳에서 통합 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역별 온도차 뚜렷..갈등 우려
성남.하남.광주의 경우 성남.하남 두 시 단체장이 통합에 찬성 입장인 반면 광주시는 지역 여건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구리 지역은 남양주 지역에서 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 등이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구리시장을 비롯한 구리지역 인사들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며 미온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3일 민주당 박기춘(남양주 을) 국회의원이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주민 의견 조사에서도 남양주 시민은 77%가 통합에 찬성한다고 밝혔으나 구리시민은 57%만이 찬성입장을 밝혔다.
수원.오산.화성은 수원이 최근들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비교적 긍정적이고, 오산과 화성은 반대를 하고 있다. 오히려 오산과 화성지역에서는 두 지자체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안양.의왕.군포지역의 경우 이필운 시장을 비롯해 안양지역 정치인 및 시민단체들은 통합에 찬성, 군포시와 의왕지역 인사들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의정부.동두천.양주는 의정부와 양주가 긍정적인 반면, 동두천 지역은 "통합시 동두천 지역은 시 외곽지역밖에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같은 시.군내에서도 단체장과 지방의원, 시민단체이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어 앞으로 통합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적지 않은 지역간.계층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통합 유력 지역은?
도내에서는 최종적인 성사 여부를 떠나 일단 단체장들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는 성남시와 하남시의 통합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또 이미 경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연접 개발된데다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군포시와 안양시, 그리고 화성시로 둘려 싸여 있는 오산시와 화성시의 통합 가능성을 높게 점치거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통합 추진 시.군은 주민투표나 전 가구를 대상으로 주민의견 조사를 실시하고, 시의회 및 도의회 의견을 수렴한 뒤 행정안전부로부터 '통합대상지'로 확정을 받아 관련 법 절차에 따라 통합을 진행하게 된다.
도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도를 폐지하는 것은 반대이지만 시.군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찬성"이라며 "성사 여부를 떠나 앞으로 도내 시.군들의 통합논의가 곳곳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