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을 연천군 왕징면·군남면 1천여 주민과 함께 해온 화이트교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2000년 6월께 대체 다리인 임진대교가 가설됐고 안전진단에서 E급 판정을 받아 오는 10월 말이면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인근 왕징면 무등리와 군남면 진상리 마을 주민의 정과 삶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반면 해마다 장마철이면 불어난 임진강물에 교량이 잠겨 마을 주민에게 불편을 안겨 주기도 한 임진강변 무등교(일명 화이트교).
우기만 되면 언론 지면을 장식할 정도로 수해의 대명사로 일컬어졌지만 반세기동안 주민과 고락을 함께해 온 이 다리는 실향민 등 주민들 마음속에 잔잔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민 김영일(58)씨는 “그동안 이 곳을 이용해 양쪽 마을 주민들이 왕래하며 정을 쌓고 곡식과 생필품 등을 교환하는 등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며 “붕괴 위험 등으로 화이트교 철거는 어쩔 수 없어도 같이 해온 지난날은 고스란히 주민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고 섭섭함을 내비쳤다.
지난 50년 미군공병대대 화이트소령이 목조로 건설한 뒤 70년 콘크리트로 재가설한 이 다리는 큰 비가 오면 물이 넘치면서 통행을 못하는 건널 수 없는 다리가 되곤 했다.
학교에서 학생을 조기 귀가시키거나 주민들이 서둘러 일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불편한 점도 많았으나 또 한편으로는 왕징면과 군남면을 잇는 유일한 통로로 주변에 상가가 밀집, 지금까지 주민생계를 잇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맞은편에서 차량이 다리를 지나면 건너편 차량이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비좁은 이 다리는 꽃상여라도 지나면 교각에 부딪치는 강물소리가 마치 슬픔에 복받쳐 같이 울어 주는 친구와도 같았다.
두 마을의 가장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던 이 다리는 그러나 수십차례 수해를 겪은뒤 차량이 통행하지 못할 정도로 낡아 낚시꾼에게 자리를 내주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군이 지난해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E급 판정을 받아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많은 애환이 서려있는 이 다리의 '북진의 다리 화이트교'입간판은 실향민에게 더욱 애틋한 사연을 전해준다.
군의회 이원근 의원은 “북쪽에 고향을 둔 마을 어르신들이 추석이나 설 명절이 돌아오면 고향생각에 다리옆에서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곤 했는데 세월을 못이긴 다리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