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반려되기는 했지만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11일 총사퇴 의사표명에 대해 지방에서는 국정 정상화가 중요한 시점에 혼란을 가중시킬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표를 즉각 반려하고 국정에 전념해 달라는 뜻을 밝혀 사퇴파문은 진정될 전망이지만 전날 대통령 자신의 `재신임'선언에 놀란 국민들은 당국자들의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다.
또 경제의 어려움, 북핵문제 등의 와중에 불거져 나온 이번 일이 정쟁을 심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되며 향후 재신임문제 처리과정에서 예상되는 국민투표 논란 등이 국론분열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복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이나 성급하게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앞으로 정치일정이 국민의 총의를 묻는 기회가 돼 정치가 하루 빨리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문범 부산YMCA 시민중계실장도 "지금의 위기는 청와대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정치권 공동의 책임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 내각이 총사퇴할 때는 아니며 향후 중립내각 구성 등 국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때"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청 공무원 조모(41.7급)씨도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면서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할 것인지는 생각도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특히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질타하는 반응이 많았다.
수원 시민 김모(23.장안구 연무동)씨는 "대통령이 신임투표를 하자고 한다 해서국무위원들까지 모두 사표를 내고 그러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면서 "국가 고위 공무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조영준(47)씨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하루 빨리 사태를 수습,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맑은연천추진협회 이석우(45.연천군 전곡읍) 사무국장도 "북한과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일부 지역 주민들은 아침부터 일손을 놓고 있다"면서 "혼란이 계속되면 군부대 경계강화로 지역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국정 쇄신을 위해 이번 기회에 내각이나 청와대 보좌진을 개편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성대 안철현 교수(정외과)는 "재신임 결정이 정책과 연계된 결단이 아닌 만큼 내각 등 참모진 사퇴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 정권 정책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또는 민심을 수습하는 차원에서라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형(46.사업)씨는 "대통령이 이런 사과를 한 데는 주변사람들이 원인을 제공한 만큼 경험이 부족한 내각이나 청와대 보좌진을 과감하게 정리해서 검증되고 능력 있는 인물을 새로 포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왕 재신임 얘기가 나왔으니 빨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충남기업인연합회 이형직 회장은 "대통령의 용단과 뜻 자체는 높이 평가하지만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이런 상태로 가면 경제파탄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최소한 1-2개월내 빨리 매듭지어 경제가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근 현대중공업 노조기획부장은 "대통령이 내년 총선 전후까지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 자체가 무책임하며 재신임을 물으려면 가능한 한 빨리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