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4년 4개월을 복역한 전과 8범의 생활보호 대상자로 미혼이며 양로원에 있는 노모외에는 사고무친인 ‘인생의 낙오자’ 당뇨병 중증환자 지모씨의 야당대표에 대한 습격은 비틀거리던 대한민국을 털썩 주저앉게 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테러가 아니다.
물론 자초지종을 캐보면 단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본 대한민국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린 나라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아니 슬프게 한다.
좌절하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이 사건을 두고 벌이는 ‘아전인수 논쟁’은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사건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수많은 언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정치테러’라고 규정하고 배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한다.
해방후 60년사에 야당대표가 테러를 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대한민국을 이지경까지 만든 현 정권을 최악의 정권이라 규정하며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경계하는 사설도 있다. (5월 21일자 조선일보)
백주의 대낮에 그것도 2006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참 비감할 뿐아니라 우리의 사고를 일순간에 흐트려 놓기에 충분했다.
좌표잃은 정치 때문에 뒤틀려 버린 민심이 더더욱 꼬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회를 통합하는 가치의 기준을 상실했다.
그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더욱 가속화되었다.
어떤 진리의 명제도 대한민국에서는 나에게, 우리편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선이 도지 못하는 상대성을 획득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 어느새 보편적 진리가 그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된 듯하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참여정부하의 한국 사회가 가장 비상식적으로 되가는 원인은 두가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와 기득권이 떳떳지 못한 내력을 가진 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세력의 적대성에서 기인한다.
한편은 친일 친미 매국노라 하고 그들은 반대자를 친북좌경 빨갱이라고 서로를 매도하면서 죽기 살기로 서로를 지키기 위해 온갖 부조리를 저지른다.
둘째는 첫 번째의 내용적 연장이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열강과 분단체제에서 매사는 더욱 굴절되고 윤색된다.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엄연한 위 두가지 사실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우리의 현대사를 직조하고 있다.
테러, 암살, 납치, 감금, 고문, 전쟁, 학살 이런 단어들이 60년 한국사의 주제들이라면 잘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대사를 거울로 보편이성과 정치적 방법으로 즉 상식적인 방법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무현은 외쳤지만 그것은 조롱거리가 되버린지 오래 되었다.
이젠 지지자들 마저도 비웃고 외면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의가 과연 현실정치에서 유의미한가 하는 상식적 질문을 국민들은 던지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과거야 어찌되었든 그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아마 참여정부의 대응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상식을 상대방도 가지고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 바로 기득권층이 노무현정부를 비웃는 아마츄어리즘 아닐까 싶다.
기득권층이 “정상적이지 않은 자유”를 위협받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보다 이젠 그 반대 세력이 보편적 진리가 그 가치를 상실하는데서 오는 좌절감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목이 참여정부의 최대 오점으로 평가될 것이다.
우리 정치가 좌표를 잃었다.
그 원인은 열린우리당에게 최대의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재탈환의 의지밖에 없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열린우리당은 분명한 자신들의 노선을 국민에게 제시했어야 하는데 이에 실패했다.
국민의 열망을 업고 다수당은 되었지만 그 구성자체가 생명력이 없는 속빈 강정이었다. 아류들의 정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정치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민심은 뒤틀릴때로 뒤틀려 버렸다.
도무지 바른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인성마저도 심각히 왜곡되어 가고 있다.
식민지 근성이 되살아나고 후안무치가 당당하며 모든 승리는 선이요 그 반대는 악이 되어버린 세태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백주의 대낮에 ‘인생의 낙오자’가 ‘독특한 정치인’을 습격한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좌표잃은 정치와 뒤틀린 민심이 이렇게 황당함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90%의 절대지지로 탄생한 유신정권은 10년이 채 못가 광주의 피로 역사를 되돌려야 했다.
5.31의 전패는 또 우리에게 어떠한 댓가를 요구할런지 두렵고 떨린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 이렇게 뒤틀린 민심앞에 우리의 나아갈 길을 선포할 만한 지도자가 이다지도 없는가?
남은 1년 6개월의 임기동안 대통령 노무현이 해야 할 일이 이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정치인이, 지도자가 잘못하면 그 사회의 ‘낙오자’가 행동한다.
그날 그 날카로운 일격은 위선으로 가득한 내 얼굴에도 날아온 비수였다.
난 일순간 얼굴을 감싸쥐었고 모든 생각들이 일시에 흐트러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