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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夫婦)새를 위하여
  • 2006.02.20
  • 조회 2870


  이끼 푸른 막정원의 나무들이
  동장군과 맞서 보겠다고
  웃옷을 벗어 던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뉴얼리언스에서 온 니그로 부부같은
  직박구리 한쌍이 이 겨울도 찾아와
  재즈(Jass)연주를 하기도 한다
 
  이 땅에 텃새라는 배가 붉은 딱새 한 마리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진홍빛 주목나무 열매하나 따물고
  어데론가 날아간다
  회색 여편 하나
  은밀히 모셔두기라도 한 것일까?
 
  가끔 찾아오는 박새 한쌍도 있는데
  암수가 비슷해서 누가 여편이고 남편인지
  가름하기 어렵다
 
  진박새 쇠박새 동고비 부부는 아직은 이 정원을 찾아 온 적이 없다
 
  제각기 사연을 안고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이
  새가 되기도 했다는 것들
  사람의 집주위에서 포롱거리는 것은
  어떤 사람이 차려준 잿밥같은 먹이 때문이다
 
  허공에 길을 열 줄 아는 부부 새들을 위하여
  오늘도
  어린 암소가 도살장에 남기고 간 하얀 기름덩이를
  눈밭에 던져 주고 간
  사람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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