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천중고 17회 카페에 로즈가든이란 ID로 올라온 글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연천 출신의 한 수필가의 어릴적 추억을 적은 글입니다.
------------------------------------------------------------------------------------
친구여
각기 고향을 떠나 더 높은 배움터로, 더러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온몸으로 모진 삶을 빠는 동안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렸네 그려.
비록 핍진한 여정이었지만 순응하며 차곡차곡 우리의 삶을 채워온 것 아닌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현실에 찌들어 살다보니 지금껏 고향과 친구들은
마음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마치 어느 수몰지구처럼 잊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그런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일상이 더러는 힘들고 암담할 때, 돌아보면
살아온 길이 눈물겹고 또 바라보면 살아갈 길이 아득하고 마뜩찮을 때, 그럴 때마다
우린 가끔씩 떠올리는 것이 있었지. 바로 그것이 바로 고향과 친구가 아니었나!
그 생각만으로도 늘 고향과 친구들은 가슴에 떠오르는 둥근 달이었네.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친구들이여!
비록 많은 세월이 흘러 잔주름이 늘고 머리가 희졌지만, 그 기막히던 시절
우리의 안목이 문희나 윤정희의 얼굴에서도 흠집을 잡아내던 왕년과, 신성일의 품에
안긴 엄앵란을 시셈하던 처녀적 꽃다운 가슴도 이제 시들해 졌네. 그러나 우리의
마음속엔 그만큼의 세월로 보듬고 지켜온 찡한 고향과 친구들이 팔딱거리고 있지 않는가!
또 팔자처럼 가난을 移種하던 보모님과 새참때면 아무렇게나 논두렁에 퍼질러 앉아
한 양푼 인심을 비벼먹던 이웃들의 긴 한숨은 또 어느산 무덤을 찾아 갔는지....
아,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이여!
그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몇번이나 그때를 생각해 보았는가?
친구여, 잠시 일손을 멈추시게. 그리고 그 손을 턱밑에 고이고 다같이 추억에 흠뻑
젖어 보세. 그러면 틀림없이 몇번이고 머릿속이 환해질 것일쎄.
그리하여 가까운 시일에 우리 들뜬 마음으로 소찬의 자리를 마련하세. 그때는
우리모두 그시절로 돌아가 씨부렁 궁시렁 질펀한 정담을 안주삼아 한잔 또 한잔
추억을 부으며 그동안 못다한 우정을 채워보세.
친구들이여!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