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엄마는 노란 변또에 보리쌀반이 넘는 밥 한덩어리,
고추장 한종지를 커다란 보자기에 둘둘말아 허리에 동여매고
산두어개를 넘어서 나물을 하러갔다.
취나물, 원츄리,두릅나물,더덕,도라지,고사리,샵추싹,혼잎나물,
참나물,돈나물,고비.....
꺼내도 꺼내도 줄지 않던 보따리...
욕심많던 우리엄마 고개 꺽이는 줄도 모르고 조금더 조금더..
욕심을 부리셨겠지....
그 보따리 거뜬히 이고 돌아오는 엄마를 늘상 마중하면서도
그땐 몰랐다....
그 무게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을....
새벽닭 울음소리에 잠이깨면 어둠짙은 마당을 나서던 엄마의 뒷모습.
삼십분걸어 신망리에서 청량행 기차타고 나물 팔러간 엄말 기다리던
하루는 초여름 기다리던 추석 명절 만큼이나 멀었다.
하루세번,
황톳길 누런 흙먼지 날리던 버스도 끊기고 동구밖 아카시에 나무에
꽃잎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시각...
어둠을 헤치며 머리에, 양손에 주렁주렁 보따릴 매단채 돌아오시던 엄마...
풀어도, 풀어도 줄지않던 울엄마 요술 보따리..
내 짝꿍꺼 똑같은 구두,동생 운동화,사각체크 곱게 박힌 리본달린 원피스,
깍뚜기 국어공책, 내 조르던 향내나는 지우개, 코끼리표 캬라멜,
삼양라면 너댓개... 할머니 참빗, 할아버지 쌈지담배...
짠내 풀풀나는 자반고등어 한손......
방물장수 요술 보따리....
참으로 오래 엄마의 봄은 그렇게 가버렸고 자식들 웃음소리에
힘겨움도 잊었다던 우리엄마.
이제 세월의 흔적으로 팔이며 목이며 안아픈곳이 없어
날마다 물리치료사에게 몸을 맡기고.....
엄마의 희망이자 기쁨이던 자식들은 제잘나 그리 커버린양
따뜻한 말한마디를 아낀다....
난...... 늘 목이 메인다.
해드리고 싶은것도, 해드릴 것도 너무나 많은데..
자꾸만 사그라드는 엄마의 얼굴이 밤잠을 설치게 하고
삶은 여전히 녹녹치않은 무게로 내 어깨 위에 걸치고 않아 있다.
마음만은 풍요해서 늘 사랑한다 말하고 살면 좋으련만....
무엇이 그리도 아까워 그말조차 다 표현 못하며 살았는지...
당신이 자라목이 되도록, 손톱밑이 헤지고,
신장에 이상이 생겨 손등이 두꺼비 배처럼 부풀어 오르도록 고생하며
사랑으로 길러준 자식일진데.....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어 내 자식 웃음 소리에 힘겨움을 잊어보니
당신의 자리가 세삼스레 느껴 집니다.
먼먼.. 타국 땅에서 자주 소식도 전하지 못하며 사는 못난 딸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엄말 향해 있음을 고백합니다....
어느새 엄말 못본지도 4년이란 세월이 흘러 버렸네요.
한달에 한두번 전화속의 엄마는 언제나 한결같이 따뜻하고 밝은음성으로
날 반겨 주시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많이 마음이 아프네요..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지금쯤 엄만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다 잊어버리고
또다시 젊은 그날 누비시던 봄날의 산길을 그리워 하시겠죠.
엄마....
올여름은 꼭 엄마 곁에 돌아가서 엄마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피워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40여년을 아껴 두었던 그말.... 마음껏 하고 오렵니다.
사.랑.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