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휴전 이후 55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가 처음 공개됐다.
환경부는 지난 10일부터 5일간 경기 연천군·파주시 일대에서 실시한 DMZ 서부지역 생태·산림·문화재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단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조경학과)는 “국내 최대 내륙습지인 연천평야와 두루미 등 13종의 법적 보호종을 포함한 200여종의 동·식물을 확인했다”며 “DMZ는 생태계의 보고였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군 백학면 연천평야 일대의 논은 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뒤 내륙 습지로 탈바꿈했다.
논이 있던 자리에는 물억새·갈대·버드나무·오리나무 등이 번성했고 연못·하천·저수지형 등 다양한 형태의 습지가 형성됐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종인 두루미 45마리가 발견되는 등 동물 52종과 식물 12종이 확인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로 확인된 비무장지대 내 연천평야 모습. 논두렁의 흔적이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고산 습지 식물인 쥐방울 덩굴(왼쪽)과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오른쪽) 등 200여종의 동·식물이 발견됐다. |환경부 제공
조사단은 “연천평야는 경남 우포늪(232만㎡)의 2배 규모에다 외부 교란 흔적이 전혀 없고 습지의 유형이 다양하다”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등록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두루미는 파주시 대성동 저수지, 세월천 등에서도 추가로 발견돼 파주에서 철원으로 이어지는 ‘두루미 생태 벨트’가 형성돼 있음이 확인됐다.
하천 생태계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북한에 걸쳐 있는 사미천은 DMZ 밖에서는 인공 하천으로 정비됐으나 조사 지역에서는 구릉지대 하천의 원형이 남아 있었다. 이학영 조사위원(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은 “임진강 상류에는 서식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가 임진강 지류인 세월천·사미천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상훈 조사위원(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과장)은 “조사단이 10m 옆까지 접근해도 두루미가 날아가지 않고 삵이 달아나지 않았다”며 “동물들이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라니·멧돼지·삵·수달 등이 다수 목격됐으나 표범 등 대형 포유동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생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등 21명으로 꾸려진 조사단은 남방한계선부터 군사분계선에 이르는 DMZ 내부 지역에서 수색로를 중심으로 지형·경관·식생 등 9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환경부는 2010년까지 DMZ 중부·동부 지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 DMZ 생태계 보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