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감소에 따른 공동화(空洞化)현상과 지방세수입감소로 인한 재정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연천군의 시가지전경. /최재훈기자·cjh@kyeongin.com
지방자치제가 부활된지 8년째를 맞아 도내 기초자치단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더욱이 참여정부 출범후 수도권을 규제하는 각종 법안이 봇물을 이루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일부 지역의 살림살이는 황폐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는 접경지역 등 수도권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재정 실태와 현행법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등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군이 심각한 공동화(空洞化)현상을 겪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에 묶여 수십년간 개발이 억제되면서 주민들은 속속 고향을 등지고 군 재정은 악화일로로 치달아 마을과 곳간이 텅텅 비어 가고 있다.
26일 오후 의정부에서 연천군청으로 향하는 3번국도를 따라 연천군에서 유일한 시가지인 전곡과 연천읍이 잇따라 나타났다. 그러나 최고 번화가인 이곳은 미분양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골조만 올라간 아파트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공장이나 제조업체들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두 읍내를 벗어나자 사람구경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간혹 시야에 들어온 집들도 대부분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가까웠다. 공동화되고 있는 연천군의 현주소다.
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민들이 서울과 인근 양주시 등으로 떠나면서 급격히 인구가 감소, 도내 최저 출생률과 최다 고령인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2년 6만8천여명에 달하던 연천군 인구는 91년 6만명선에서 내려앉아 5만명선으로 접어들었고 올 7월에는 급기야 5만명선도 무너져 도내 최저인 4만9천명으로 떨어졌다.
월평균 신생아도 30~40명선으로 줄고 상대적으로 노령인구는 경기도 평균 7.8%를 훨씬 넘는 14~15%로 늘었다. 특히 동두천시 면적만한 중면지역에는 고작 89세대 273명만이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군은 외지에 사는 공무원들의 주소지를 강제로 연천군으로 옮기도록 하고 있다.
군 전체(695.21㎢)가 군사보호구역인데다 수정법에 묶여 주택신축은 군당국의 협의를 받아야 하고 공장하나 제대로 지을 수 없는 현실이 주민들을 외지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인구감소가 곧바로 군 재정 악화로 연결돼 군의 사업추진이 막히고 일자리 창출마저 사라져 주민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재정자립도 22.7%인 연천군은 도내 31개 시군중 꼴찌로 한해 지방세 수입이 대도시 1회 추경에도 못미치는 116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아파트건설 등으로 막대한 취·등록세를 거둬들이고 있는 여타시군과는 달리 담배소비세가 제1수입원인 연천은 인구감소에 따라 31억원에 달하던 수입이 올해 27억원으로 줄어 군재정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김규배 연천군수는 “주민들이 떠나고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고 있지만 군자체적인 해결방법은 없다”며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