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이 휘청거리고 있다. 급격한 인구유출→지방세 수입감소→군(郡)사업 차질→주민탈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연천군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발과 관광객 유치를 통해 재기를 노려보지만 군사시설보호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와 열악한 군재정 때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줄어드는 지방세 수입은 연천군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줄어드는 지방세=지방세는 자치단체의 자체사업추진을 위한 필수 재원이다. 각종 개발이 진행중인 시·군의 경우 막대한 취·등록세를 거둬들여 재정을 탄탄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연천군의 경우 개발이 각종 규제로 막힌 데다 급격한 인구감소마저 진행돼 세수입이 급감하면서 군 재정이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연천군의 지방세 수입은 외형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1년 88억원, 2002년 97억8천만원, 2003년 116억5천만원으로 연평균 4.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것은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재정자립도 부문에서 연천군과 함께 도내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양주·포천·동두천시도 연평균 8~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다 연천군 지방세수입의 38.7%를 차지하는 주행세(45억원)의 경우 정부가 운수업체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사실상 세수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천군 제1의 지방세 수입은 담배소비세다. 그러나 이마저 최근 인구감소로 2001년 32억3천만원, 2002년 31억9천만원으로 준데 이어 올해에는 27억원으로 큰폭으로 줄었다. 또 담배소비세 다음으로 많았던 주민세마저 인구감소에 따라 지난해 15억원에서 올해는 10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이같은 세수입감소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군 자체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표류하는 각종 사업=연천군은 지난해와 올해 전곡리 구석기문화축제를 개최해 40만~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개발과 제조업체 유치 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관광지를 개발, 군 재정을 확보하려는 취지이다. 그러나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필요한 전곡리선사유적지정비사업은 돈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79년 국가 사적지로 지정됐지만 지금까지도 토지주들에 대한 토지보상이 끝나지 않았다.
225억여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고작 지난해 정부로부터 10억여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일부 토지를 매입했을 뿐이다. 아직도 매입해야할 토지는 총매입대상면적의 77%인 50만여㎡나 남아 있어 토지보상완료시기는 예측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연천군이 자금부족으로 추진을 못하는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억원이 투입되는 선사박물관건립등 860억원이 투입되는 5개 사업을 추진중이지만 말 그대로 계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군 자체예산이 없는 것이 주요 이유다. 실제로 2003년의 경우 연천군은 1천371억원의 예산중 14.2%를 차지하는 178억원을 국·도비보조사업의 군 부담액으로 지출했고 125억원을 도비보조사업의 군 부담액으로 지출했다.
고작 군 전체 한해 예산의 13.1%인 164억여원만이 자체적으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일 뿐이다.
연천군 기획감사실 지영철 예산담당자는 “현 상태로는 자체사업을 단 한 건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천군은 그대로 앉아 망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있는가=연천군은 기본적으로 도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이는 연천군의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규제에 묶여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유리한 교통여건과 유적지를 갖춘 주변여건을 최대한 이용, 관광지를 개발해나가겠다는 복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김규배 연천군수는 “비록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은 쉽지 않지만 3번과 37번 국도 경원선 등 주변 교통여건이 좋은 만큼 전곡리 선사유적지 등을 정비해 관광지화하고 파주보다도 긴 34㎞ 달하는 접경지역을 안보관광지로 만드는 방안을 마련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또 “동두천까지 연결된 전철을 연천까지 연결하도록 현재 건교부와 협의중이며 한국토지공사로부터는 신도시건설에 호의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연천군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