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뜨거웠던 '촛불'의 민심에 굴복하여 폐기되었다고 여겨졌던 대운하 건설 계획이 '4대강 살리기'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슬그머니 무덤 속에서 기어 나오고 있다. 심각한 환경파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경제성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던 대운하 건설 계획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건설계획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운하 건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지난 12일 '경인운하' 건설 사업을 당초 예정하였던 '민자유치사업'의 형태 대신 수자원공사를 통하여 무려 2조 2500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재개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결국 대운하 건설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대운하 건설이 심각한 환경파괴를 초래하고 아무런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은 경인운하 건설 계획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미 수차례 확인되었던 이들 사실에 대하여 또다시 되풀이하여 주장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아무런 경제성도 없이 환경파괴만 초래하게 될 경인운하 건설은 오로지 '토건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철지난 패러다임에 목매달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으로만 보여져 심지어 측은한 생각마저 들 뿐이다. 그래도 필요하니 다시 한 번 정중히 촉구한다, '경인운하' 건설 계획을 당장 때려 치워라!
한편 이러한 중앙정부의 계획에 대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적극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문수 도지사는 그 동안 충분한 검토도 없이 한중해저터널 건설, 경기-원산간운하․경인운하 건설 등을 제안해 왔는데 이들 건설계획들이 경기도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단한 묘약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간 중앙정부보다 한 술 더 떠 경기도 막개발의 나팔을 불어대던 도지사이니만큼 그 태도에 대해 흥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부 개발론자들에 둘러싸여 귀 막고 있는 꼴이 못내 답답할 뿐이다.
이제 이 쓸 데 없는 다툼을 그만 둬야 할 때이다.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힘들어 하는 지금은 중앙정부와 경기도는 낡은 삽질 패러다임의 기적에 사로잡혀 옹니를 부릴 것이 아니라 겸허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협조를 구하여야 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위기에서 우리를 구해 줄 영웅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위로해 줄 사람임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