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뉴스의 기삿거리를 뒤적거린다. 가끔은 기사거리로 며칠을 마음이 우울한 날도 있기도 하다. 바로 내가 요 며칠 그런 날을 겪고 있었다. 바로 이 사람의 타계한 소식을 접하며 마음의 슬픔이 있었다. 어쩌면 아름다운 슬픔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바로 이 사람을, 이 분을 떠올리면서 무척이나 내가 사랑했었나 싶다.
이 분을 말하자면 그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들은 정말 끝이 없다. 비디오 아티스트, 미디어 아티스트의 아버지, 음악가, 미술가, 행위예술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이름들이 그를 대신한다. 그만큼 그의 생애는 남달랐다. 백남준은 1932년 7월2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45번지에서 3남 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백낙승(白樂承) 씨는 해방 후 최대 섬유업체인 태창방직을 경영하던 무역상이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남달리 어려서부터 '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살아온 날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눈물마저 짓게 한다. 그리고 그는 1월 29일 2006년에 그토록 열정을 쏟았던 '예술 혼'을 접으며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언제나 늙지 않는 청년의 열정을 모두의 가슴에 남겨 놓고 간 것이다.
그는 예술 혼을 어쩌면 일찍부터 몸 속에서 갖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가 어디에선가 말했듯이 어릴 적 '샤머니즘/한국의 전통 굿'을 보며 커서도 어릴 적 그 기억이 많이 남았다던 그의 말이 떠오른다. 그 옛날 무속신앙이 사람과 신을 이어주는 사람, 그 매개체를 담당했던 사람이 무당이었다면 아마도 이 사람, 예술 혼을 안고 살아갔던 백남준은 '예술무당'이었음이 분명하다. 그 어떤 장르를 벗어나 정해 놓은 틀을 벗어버리려고 애쓰던 한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의 놀라운 21세기에 미디어와 예술이 만나 또 하나의 창작의 예술을 만들어 냈으리란 생각을 한다.
현대 예술을 이해하려면 백남준을 알아야 한다는 말처럼, 그는 비디오 예술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예술 혼을 사랑하며 그의 예술의 가치를 연구하려는 이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가 이처럼 되기 이전에 얼마나 많은 어려운 관문들을 넘고 감당했어야 했을까? 사회 속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어버린다는 것은, 다름 아닌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었다. "일상의 그 어떤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보통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연주를 위한 악기가 따로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연주하던 바이올린으로도 느닷없이 내동댕이쳐 부숴 버리면 '타악기'가 된다는 그의 예술 철학은 정말 놀라움이었다.
그가 고백했던 것처럼, 그가 무명 시절에 만났던 독일의 사람 요셉 보이스를 만난 것이 그의 일생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 왔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독일의 작은 전시장이었다. 그렇게 만난 그들은 '플럭서스 그룹'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 사람들의 가장 큰 예술 철학이라면 '예술이 삶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행위 예술들은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도 남았다. 어떤 이들은 백남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라고 말이다. 그마만큼 그의 놀라운 창작의 아이디어는 신비로울 만큼의 그것이었다. 경이로움의 놀라운 예술 혼,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는 독일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 그리고 미국과 전 세계를 돌며 예술을 나누었다. 늘 앞을 내다보고 달려가는 늙지 않는 청년이었다. 그가 조국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단된 조국에 대한 통일로의 염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예술로 그것을 표현하고자 애를썼다. 평화를 갈망하는 한 한국인으로서,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나누고자 했던 것이다. 갈라진 것을 이어보려 했던 그 마음이 간절히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몸이 마비된 이후로도 예술 혼을 잃지 않았다. 현대 예술의 21세기를 맞는 첫 날개 짓을 바로 '늙지 않는 영원한 청년 백남준'이 퍼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한국 고유의 혼 불이 늘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나라의 한 한국인으로서 세계적인 우뚝 선 예술인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꺼지지 않는 '예술 혼 불'이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꺼지지 않는 젊은 혼 불로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2월 10일 2000년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레이저 예술 전시회가 있었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다름 아닌, '야곱의 사다리'였다. 바로 다름 아닌,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구원의 상징'이었다. 그의 예술철학 이전에 그는 바로 갈라진 것을 이어주고 싶어했다.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허물어 주고 싶어했다. '하나로 어우러지는 하모니'를 그토록 원했는지 모른다. 그의 예술 작품들을 만나면 그 어느 것 하나 개인을 위해 남겨 놓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 달려가는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은 청년의 열정'이 바로 그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나서도 '영원히 늙지 않는 청년'으로 있는 것이다.
살아서 모두의 가슴에 꿈틀대고 있는 그의 '예술 혼'이 오늘도 남아서 뛰고 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바로 그 사람, 한국 고유의 정서가 그의 영혼을 안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 해학적인 아름다움은 또 하나의 예술을 말해준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그 소년 같은 그 웃음이, 언제나 늙지 않는 청년으로 남은 이유였을 게다. 그의 해학적인 그 웃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