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안개를 흩뿌리는 이런 날에는 진한 블랙커피 한 잔이면 내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것도 밖이 내다보이는 커다란 통 유리 곁 의자하나면 말이다. 근사함이란 늘 내쪽에서 만들어 내어서일까? 굳이 멀리 찾지 않아도 구멍가게 달려가듯 쉽게 찾아오는 좋은 그런 것이 되어 버렸다.
어찌 보면, 내 편한 데로 생각을 만들어 버릴 때가 많은 탓일 게다. 그 버릇이 좋든, 싫든 이유는 나중이다. 다만, "나 편하면 최고야 "하며, 마음을 편하게 정리해 놓는 하나의 방법이자,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옆 친구들은 좋다고 하지만, 제일 불만을 토하는 이는 다름 아닌 내 옆 짝꿍이다. 화를 낼 법한데, 참는것인지! 견뎌내는 것인지! 아님, 무시해 버리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가 보다. 사실, 내 쪽에서는 세 가지가 다일 때도 많기 때문이다. 화를 참는 법을 생각하다 보니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기억이 생각난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를 떠 올려본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여름 방학이었던 기억이 있다. 넓은 운동장을 친구 서너 명이 찾아가 서로를 응원해 주던 기억들이 있다. 혼자 선다는 것은 아이가 처음 아장아장 엄마 손을 잡고 걸어보던 기억들처럼 걱정스러움 가득한 모습이다. 자전거를 뒤에서 친구 하나가 붙잡아 준다. 앞으로 달려봐 그래그래 하면서 몇 번을 넘어지고 또 넘어졌던 기억들이 눈에 선하다. 양쪽 무릎에 상처도 남기며 그래도 무엇인가 해 내었다는 기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릎에서 흐르던 빨간 피를 아픔을 잊게 해 주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만날 때는 두려움이 앞선다. 또한 설레임을 준다. 무엇인가 해 보기를 좋아하는 성격에 새로운 것에 도전을 잘 한다. 양 손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일과 그리고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것들까지도 두려움의 환희였다. 양 발로 페달을 밟아보는 일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아마도 운전을 하고 처음 고속도로를 나갔던 기억보다도,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때의 기쁨이 컸다는 생각이다. 어느 글에서 읽었던 글귀처럼, "자전거는 달리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이 말이 내게 얼마나 커다란 그림으로 다가왔었는지 모른다. 내가 걸어가는 인생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발 자전거의 운전이 조금 편해질 때쯤 길 외에 다른 자연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마도 여유가 생겼던 것일 게다. 사람살이도 이와 같을 거란 생각을 가끔 해 본다. 여유가 없을 때는 다른 곳을 바라 볼 틈이 없다. 그럼 그 여유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문득 해보며 어쩌면 내가 찾지 못해서, 찾으려 애쓰지 않아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여유를 만드는 쪽도 내 쪽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깨닫는 날이었다.
페달을 빠르게 느리게 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차 뒤에서 다른 차가 달려온다고 사정없이 달려갈 순 없지 않은가? 나는 내 속도를 늘 유지한다. 뒤에 오는 차가 급하면 나를 추월하던가? 아니면, 따라오던가? 늘 어린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다닌 이유일까? 급하게 빨리 하는 운전은 삼가 한다. 정말, 웬만하면 양보하는 쪽을 택한다. 아마도 이제는 아이들이 커 가면서 이것이 교육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감사해 한다. 아이들이 이제는 가끔 말해온다 "엄마, 엄마는 늘 다른이들에게 양보하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 바로 이것이 생활의 교육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의 세 발 자전거 타는 모습은 얼마나 귀여운 모습인가? 보조바퀴를 굴려가며 몸을 이리저리 균형을 잡아본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면 보조바퀴를 떼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힘들어한다. 엄마의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몇 번을 뒤에서 잡아주며 이렇게 말해준다. 얘야, 엄마가 잘 잡고 있어 어서 페달을 밟아보렴, 아이는 안심을 하고 달려간다. 손을 놓고 쫓아가는 엄마는 내심 넘어질까? 염려를 하면서도 너는 할 수 있어 하며 뒤를 쫓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연습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두 발 자전거를 운전하는 늠름한 운전자가 되어있는 것이다. 뒤에서 손놓고도 잡아준다는 말, 바로 '믿음'인 것이다. 엄마가 나를 붙잡아 주고 있다는 그 믿음 말이다.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보조바퀴를 떼어 내야 하는 것처럼, 삶 가운데서도 떼어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무를 보더라도 아래의 가지를 잘 쳐주어야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가지치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람 관계에서도 가지치기를 지혜롭게 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서로를 성장하게 해주는 버팀목처럼 든든한 믿음의 사람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두 발 자전거 타 듯 달려가기 위해서는 보조바퀴를 떼어내는 일이 우선 되어야한다. 그럴 때만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나도 살고 남도 살리고 우리가 사는 일일거란 생각을 해본다. 함께 살아가는 길, 더불어 살아가는 길, 이 길만이 우리가 살길인 것이다. 서로에게 보조바퀴 역할에서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뒤를 잡아주는 일,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야 말로 함께 달려갈 수 있는 희망의 페달인 것이다. 그런 날을 오늘도 꿈 꾸어본다. 서로에게 믿음으로 설 수 있는 그런 모습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