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다급한 구급차 경보음이 내 뒤에서 요란하게 울린다.
나도 바삐 가야하지만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트여주었다.
직감적으로 어쩌면 저 앰블런스에 내 아버지께서 타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시골 친척형님으로부터 아버님이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지금 고향의 의료원 등을 거쳐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 중이니 그 병원으로 가보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급차를 바짝 따라붙어 병원에 도착한 나는 구급차가 도착한 응급실 앞으로 뛰어갔다.
예감대로 구급차에서는 형님, 삼촌 등이 붕대로 온몸을 휘감은 아버지를 응급실로 옮기고 있었다.
“몸 전체의 반 정도를 화상을 입으셨기에 길어야 한 달 정도밖에 사실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담당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은 맏형은
“어떻게 치료를 잘 해서 살려보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재수 없게 죽는다는 소리부터 한다.”며 시비하듯 담당 의사에게 강력히 항의 하였다.
그날 밤 늦은 시각, 중환자실 문을 노크했다.
“오늘 입원하신 환자의 가족인데 잠시 면회 좀...”
간신히 승낙을 받아 중환자실을 찾은 나는 컵과 물이 필요하다며 있는 곳을 물었다.
“그 환자분은 금식이라 절대 물을 드시면 안 되는 것 아시지요?”
“네, 다른 용도로...”
눈치 빠른 간호사가 손으로 가르키는 방향을 보니 생수대가 보였다.
“아버지, 연세가 드시면 언젠가 돌아가시기 전에 천주교에서 행하는 세례식을 대신하는 ‘대세’를 받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오늘 받으시겠어요?
빨리 쾌차하실 수도 있고 돌아가시더라도 구원 받으실 수 있게 말이에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시는 아버님께
“제가 지금부터 설명하고 여쭙는 것들은 신부님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니 ‘예’라고 대답해주세요.”
“예”
마침 천주교 신자인 간호사가 옆에서 증인을 서준다.
내일이면 정확히 병원에 입원하신지 한 달이다.
그동안 하루 두 차례 면회시간에 맞춰 친인척을 비롯하여 고향의 친구, 친지들이 모두 다녀가셨다.
이젠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약간의 의식만 있을 뿐이다.
내일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구급차에 탑승할 가족만 남기고 어머님이 기다리고 계신 고향마을을 향해 먼저 출발했다.
30분쯤 지나 구급차도 이제 출발한다는 전갈이 왔다.
또 20여분을 달렸을까 동생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아버지께서 숨을 안 쉬신다며 흐느끼고 있었다.
차를 운전하며 큰 소리로 울어보긴 처음이다.
차안의 가족들도 대성통곡을 한다.
그런데 잠시 후 동생이 밝은 목소리로 또 전화를 했다.
아버지께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셨다고.....
다들 얼굴에 화색이 가득하다.
사실, 고향집으로 모셔서 산소호흡기만 떼어내면 이내 운명을 하시게 되어있어 얼마 후면 곧 이별하게 될 터인데도.....
봄이 되면 시골에서는 병충해 퇴치의 일환으로 논두렁 태우기를 한다.
그날도 논가의 나뭇가지며 검부살이 등을 모아 수리시설인 물이 고여서 나가는 큰 통에 넣고 불을 댕기셨다.
불길이 센듯하여 논두렁 높은 지대의 경사면에 서서 타는 불꽃을 바라보고 계셨다.
갑자기 서있는 언 땅이 녹으며 몸이 미끄러져 이내 불구덩이 속으로 틀어박혔다.
“사람 살려!”
소리 질러도 주변엔 아무도 없다.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징용당해 가서 다친 다리를 구부릴 수만 있었어도 벌떡 일어나 불길에서 뛰쳐나왔을 텐데...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돌아가신 때가 정확히 2000년 4월 중순이었으니 오늘이 바로 그 시점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인자한 미소로 언제나 다정하게 대해주셨던 아버지,
세상을 살려거든 “제대로 살라”고 가르침을 주셨던 아버지,
오늘따라 당신이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
그리운 내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