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다니던 때의 일이다.
아마 1968년도쯤으로 기억된다.
귀가를 위해 만원 버스에 오른다.
차장누나가 앞에서부터 좁은 틈새를 비집고 차비를 거두며 버스 안을 훑는다.
내 차례이다. 차장누나가 그냥 지나친다.
속으로 차장누나를 불러 차비를 낼까 생각했지만 좁은 소견에 이거 땡 잡았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어본다.
혹시 내릴 때 달라고 할지 모르니 손에 차비를 꼭 쥔 채 내린다.
무사통과다.
또 다른 날, 또 그 차장누나다. 역시 지나친다.
그날도 재수가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 그냥 내린다.
한참을 지난 어느 날, 그 날은 차비를 내니 당연한 듯 받는다.
그래, 내가 착각을 했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차장 누나는 지금으로 치면 차비는 800원인데 5,000원짜리를 낸 것으로
환산하여 4,200원을 거슬러 준다.
분명 나는 800원을 냈는데...
“저, 5,000원짜리 안냈...”
차장 누나가 입에 손을 갖다 대며 말을 막는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차장누나를 바라보았다.
씨익 미소를 짓는다.
그제야 차장누나가 나를 의도적으로 도와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이후에도 자주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누나를 어디선가 본 듯도 했다.
누군가 학교 선배라고 귀 뜸을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누나가 누구인지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우리 고향집은 핍박한 농촌 생활이 다 그러했듯이 수제비와 감자,
그리고 깡 보리밥 등이 주식이었다.
집에 손님이라도 오시면 손님이 남긴 이팝이며 생선 등이 특식이었는데 눈치 없는 손님이
음식 그릇을 다 비우게 되면 동생들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곤 했었다.
그 어려운 시절에 손위 누나와 어머님은 점심을 늘 굶고 계셨는데 철없는 나는 밥이 적다고
투정까지 부렸으니...
아무튼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교통비의 절감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착한 누나가 누구인지 정말 만나고 싶다.
어떻게 도움을 주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이제는 60이 넘어있을 고마운 차장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