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댐 붕괴로 인해 우리 측에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임진강에서도 상류의 북한에 건설된 댐으로 인해 하류지역인 남한에 용수부족과 홍수피해가 번갈아 나고 있다. 남과 북이 같은 물줄기를 공유하는 데서 비롯되는 상·하류 간의 문제인 만큼, 하천관리를 위한 남북 당국 간 긴밀한 협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98년 11월부터 북방한계선 1㎞ 지점인 황해북도 토산군 임진강 지류 협곡을 막아 ‘4월 5일 댐’ 건설에 착수, 작년 3월 15일 완공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같은 해 3월 19일 “ ‘4월 5일 댐’은 총 저수량 3500만t 규모에 발전용량은 20~30㎾의 소형 규모”라며 “수중보(洑) 형식에 높이는 10여m로 일시에 물을 방류해도 피해규모는 아주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완공된 지 열흘도 안 된 23일 우리 측에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이 댐에 물을 가두기 위해 임진강물을 차단해 평소 어른 가슴까지 차오르던 경기도 연천군 일대 임진강 수량이 2~3일 사이 겨우 발목 높이까지 얕아져 버렸다. 100m 가량 되던 하천의 폭도 10~20m로 줄었다.
특히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 8만여명의 급수를 담당하는 연천 취수장 수위도 평소 높이 2m에서 위험수위(1.5m)에 육박하는 1.6m까지 줄었다. ‘4월 5일 댐’으로 인한 임진강 수량감소 사태는 지난 12월과 올 2월에도 잇따라 발생, 겨울가뭄을 악화시켰다.
작년 10월에는 임진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 어민들이 때아닌 홍수피해를 보았다. 파주시 파평면 일대 어민들 소유 어선 3척이 유실되고 1척이 침수되는 등 3억여원의 피해를 끼쳤다. 당시 정부는 “북한 지역에 갑작스런 집중호우가 내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내려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진강 수계 전문가인 대진대 장석환(張碩桓·42·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수 직전 북한에 내린 강우량은 55㎜에 불과했다”며 “북한이 고의로 한꺼번에 많은 물을 방류했거나 ‘4월 5일 댐’의 일부분이 붕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 중이다. 연천지역 사랑실천연대 이석우(李錫雨·44) 사무국장은 “북한의 댐 건설로 연천군은 ‘홍수’와 ‘물부족’을 동시에 걱정하게 됐다”며 “휴전선 근처에 북쪽 댐에
대응하는 보(洑)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당초 휴전선 근처에 대응댐을 지으려 했으나 북측이 반대해 보류했다”며 “좀더 하류지역인 군남면에 임진강 홍수 방지를 위한 ‘홍수조절보’를 내년에 착공해 2008년쯤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