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선택한 농민을 애도하며!
쌀 관세 유예 협정의 국회 비준을 전후하여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과 농민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을 접하고, 우리 연천군의 농민들도 서울에서 열리는 비준 반대 집회에 참석하려다가 경찰의 저지로 상경하지 못하는 사건등, 연천군청 앞마당에 쌀가마니를 쌓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같은 농민으로 착잡하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렸으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스스로 거두는 길을 선택하였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오지만 자살을 선택한 농민들의 행위에 대하여서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냉정하게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돌이켜 보면 쌀을 비롯한 농업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것으로 돌발적으로 발생한 문제도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에 같은 경험을 하였으며 그 당시 농업문제를 적절히 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 오늘날에 그 때보다 더 어려움이 닥치리라는 것을 예견하였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농업 관련기관, 농민 스스로가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준비하였는가를 냉철히 반성하여야 하며 그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지금부터라도 실현 가능한 대비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수십 조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무런 효과도 나타내지 못한 잘못된 정책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쌀 전업농민들의 절박한 상황은 요즈음 벌어지는 농민들의 데모로 해결 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설사 국회에서 비준안을 부결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 농민들은 정말 모른다고 하겠는가?
우리 농민들은 스스로에게 자문하여 보아야 한다.
몇 년 전인가 집권하면 농가부채를 탕감하여 준다는 얼빠진 정치인의 거짓 공약에 현혹된 일은 없었던가에 대한 뼈저린 자성이 없는 한 앞으로의 농업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더욱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은 이제 소비자들의 의식은 같은 품질의 농산물이라면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선택 기준이 가격이 저렴한 것에 있다는 것이며 이를 우리 농민들이 알아야 하고 막연히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해결할 수 없는 방법에 매달리지 말고 정부가 수립하려는 대책이 항구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인가를 꼼꼼히 따져보고 바르게 잡는 데에 농민들의 열정과 지혜가 모아져야 할 때다.
농민 단체 지도자들도 지금까지 해 온 방법이 진정한 해결책인가에 대한 정직한 자성이 필요하고 좀 더 실현 가능한 일에 농민들의 힘을 결집하는데 지도력을 보여야 하며 그 길만이 한국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며 소중한 생명을 버린 분들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예의일 것이다.
농민들의 감정을 격분케 하는 것만이 지도력이 아니다.
농민운동은 정치운동이 되어서는 안되며 더 이상 정치인들의 거짓 행동에 속아 들러리를 서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면 한국 농업의 희망은 사라질 것이다.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금번 국회 비준안에 반대한 국회의원들이 농민들의 우군이라고 생각하거나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반대표라고 생각한다면 농민부채 탕감을 떠벌리던 예전 정치인의 집권 전후 행적을 곰곰이 되돌아 볼 것을 권고한다.
또한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 장소인 홍콩에 우리 농민들을 보내어 시위를 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그러한 계획을 생각해낸 사람은 과연 그런 행위에서 우리 농촌 문제의 진정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실행하려는 것인지 목적의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농민단체의 어느 지도자가 앞으로의 농민행동 계획에 외국산 쌀이 수입되는 과정에서부터 창고에 저장하는 것도 막겠다고 한 말이 격분한 나머지 나온 것이겠지 라고 이해하면서도 하지 말았어야 할 내용이었다.
어느 단체든 지도자는 지도자다운 식견과 언행으로 지도력을 발휘하여야지 실현되지도 못할 거짓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을 닮아서는 우리 농민들의 힘을 고갈시키는 자해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농민들이 가장 집중하여야 할 대상은 소비자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소비자에게 막연한 애국심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농촌을 살리는 힘은 우리 농민의 피와 땀이며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자구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농민의 힘이 모자랄 때 정부에게 도와 줄 것을 요구하고 소비자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믿고 선택해줄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길만이 농업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젠 소중한 생명을 버리는 농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sk, Rh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