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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悲歌)
  • 2005.11.25
  • 조회 2757
어찌하여 예보도 없이
 이 서먹한 변방마을에
 채석장 파편 같은
 차가운 빗방울을 흩뿌리는가


 바람아
 마른 핏자국으로 얼룩진 고별의 엽서들을
 어데로 휘몰아가는거냐

 
 아이야
 이제는
 저 - 허황한 넓은 창에
 무거운 탄(炭)색의 커튼을 쳐라
 그리고 눈을 감자
 폐광된 터널처럼


 숨쉬는 것들은 모조리
 밭은 기침을 하는 구나


 생각 난다
 어제, 늦은 오후
 십일월의 태양이 구름을 헤집고
 오래된 막정원 은행나무에
 황금빛 희망을 던져주던것이
 만추의 심야에 비국의 예보였음을...


 비에 젖은 바람의 몸부림도 멈추고
 날아가지도 휘몰리지도 못한 잎새들
 빛바랜 포도(鋪道)위에서 가쁜 숨을 거두었다


 다시 변방 마을의 밤은
 젊어 죽은 나사렛*의 장례식처럼
 조용하구나.



* 젊어 죽은 나사렛 : 이수익의 時. '고별' 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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