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날입니다. 오늘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담소하고 음식을 나누는 행복한 날입니다. "Happy Thanksgiving Day~!!!"날입니다. 해마다 시 고모님 댁에서 모였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시댁에서 모였고 오늘처럼 터키와 햄을 구워서 먹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날에는 십여 년 동안이나 시 고모님 댁으로 갔었습니다.
며칠 전 시 고모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땡스기빙 날에 와서 식사를 함께 하자는 말씀을 주십니다. 너무도 늘 고맙고 감사한 시어른이십니다. 말없이 늘 지켜봐 주시는 조용하신 시 고모님이십니다. 저는 주신 전화에 "고모님~! 올해는 아이들도 컸으니 저의 집에서 터키를 구워볼까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물론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과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모르는 척 가서 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유는 있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 한국에 나가계신 이유가 있기도 하고, 또 하나는 제 친정조카가 제 집에서 함께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짝꿍이 쉬는 날이고, 아이들이 일찍 학교에서 돌아왔기에 함께 음식 샤핑을 가기로 했습니다. 터키보다는 햄이 더 좋다는 다수결의 의견에 우리집은 햄을 굽기로 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려니 분주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어젯밤에 주섬주섬 샤핑해온 음식들을 딸아이가 함께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가끔은 엄마처럼 일을 척척 도와주는 딸아이가 고맙기도 하다가 짝꿍에게 늘 듣는 얘기(핀잔)가 싫어 옆에서 열심히 하는 척을 하는 이 엄마의 모습을 생각만해도 재미있는 우리 집의 풍경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온통 하얀세상이 되어있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하면서 콧노래를 불러댑니다. 하이스쿨에서 풋볼게임이 있다고 큰 녀석은 구경 갈 준비를 하느라 바쁩니다. 눈이 내리니 벌써 오가는 길이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 동네 주민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눈이 오면 큰 차를 타는 것이 제일 안전하기에 큰 차를 타고 녀석을 데려다 주러 갔습니다. 아침에는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경기장에 녀석을 혼자 내려주고 오기가 마음이 무겁기에 한 20분 정도 기다려 볼까 싶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시동을 껐다 다시 키려는데 스타트가 되질 않는 것입니다. 아, 이 난감함이라니...
마침 친구 아들 학교와 우리 아이들 학교가 시합을 하는 날입니다. 경기를 구경 온 친구 남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비오는 날에 미안함은 있었지만 난감함에 그저 부탁을 했습니다. 찾아온 친구의 남편은 아무래도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트리풀 에이를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맙다 인사를 하고 트리플 에이에 전화를 넣었습니다. 30~45분 정도 걸릴 것이란 안내자의 말이 있어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20여 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트럭 하나가 오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날씨도 쌀쌀하고 비도 내리고 또한 빨리 집에 돌아가 음식도 준비를 해야겠기에 마음 속이 타고 있었던 터였기에 더 반가웠던 것입니다. 30초도 걸리지 않은 듯 짧은 시간에 배터리에 연결을 해주고 시동이 걸렸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마치려니 그새 "Happy Thanksgiving~!!!"하고 인사말을 전해옵니다.
오늘 아침의 기분이 맑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맑은 웃음이, 인삿말 하나가 이처럼 사람의 기분을 하루종일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음식을 준비하려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딸아이가 시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고맙던지, "천천히 해도 괜찮아 엄마랑 함께 하면 될텐데..." 하며 그렇게 딸아이와 짝꿍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늘 함께 계시던 시부모님들이 아니 계시기에 그랬던 모양입니다.
친구들은 각자의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나누기로 했다하기에 돌아오는 길에 놀러 오라고 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아저씨께서 혼자 사시는 분이 계십니다. 짝꿍에게 음식마치는 시간을 계산해서 그 아저씨를 오시라고 전화를 넣으라고 했습니다. 혼자서 쑥스러워서 오시지 않으시겠다 하시는 것을 어서 오시라고 또 말씀을 드려서 도착하여 우리 가족은 맛있는 감사의 식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칠무렵 친구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놀러왔습니다. 음식을 나누며 오가는 얘기들은 언제나 즐거움입니다. 이렇듯 작은 웃음꽃으로 큰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우리는 진정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웃음을, 행복을 나눠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