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캘린더를 넘기지 않더라도 가는 곳마다 구세군 자선 냄비의 딸랑이는 종소리에 알아차리곤 한다. 마켙에 들러 먹을거리를 가득 싣고 나오는 바로 앞자리에서 만나는 딸랑 소리는 내게 큰 깨달음의 종소리로 들려온다. 어쩌면 잊고 살았던 무뎌진 내 양심을 일깨워 주는 2천여 년 전 한 작은 마구간의 아기예수의 울음소리는 아니었을까. 일년 내 나 자신과 내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왔던 부끄러운 모습을 종소리에 깨어 알아차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거듭해 보았다.
이맘때면 잊었던 사람을, 사랑을 나누는 기쁨이 있다. 이 남아있는 사랑으로 시리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할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날인 것이다. 이 사랑이 꼭 12월에만이 아닌 오래도록 지속되는 일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추운 겨울날이면 마음의 따뜻함을 전하는 이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맛있는 음식이 있어 밤새 잔뜩 먹은 후의 아침은 속이 더 쓰리고 배가 더 고픔을 느끼는 날이다. 어쩌면 어렵고 힘겨움으로 있는 사람들에게는 12월의 종소리가 기쁨이기도 하지만, 잠깐의 따스함으로 인해 기다림의 더 추운 겨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하루 속에 자리한 그리스도를 만나는 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굳이 크리스마스의 케롤 송을 12월에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늘 들을 수 있는 노래이면 좋지 않을까. 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주부인 나는 국을 끓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시간이 참 어렵다. 팔팔 끓는 국물을 마시다 보면 짠지, 싱거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간을 맞추려면 조금 온도가 내려진 시간이 제일 좋은 시간임을 알아가고 있다. 바로 우리의 살아가는 삶의 하루의 모습도 이렇지 않을까 싶다.
반짝해서 우러나는 마음이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말없이 기도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뜨겁지 않을 만큼에서 서로의 간을 맞춰갈 수 있는 사람살이면 좋겠다. 이처럼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12월에 만나는 예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말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를 만나는 귀한 달이기도 하다.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가까이 있기에 감사한 것이리라.
12월 동안 마음의 여유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이들을 맞을 수 있는 마음을, 이 마음의 여유만이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여는 자리, 만나서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그 자리가 참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아닐까. 그 어떤 특정한 종교를 내 걸지 않더라도 매일 매 순간마다 하루의 마무리에서 바른 신앙의 하루였다면 성숙된 신앙인이 아닐까 한다.
신앙(信仰)에서의 신(信=人+言)을 보면 어는 어른들의 말씀을 거두더라도, 참 귀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말이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내 것이라 여기는 이 몸과 마음 하나도 잘 챙기며 살기가 어렵다. 생각은 저기에 있는데, 몸은 여기에 있다. 이것을 제 자리에 하나로 모으며 늘 애쓰고 기도하며 사는 하루가 신앙인의 하루일거란 생각을 한다. 만드신 창조주의 피조물임을 고백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날이면 굳이 어느 종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신앙의 바른 자리의 시작일 것이란 생각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이면, 나와 다른 인종을, 종교를 만나고 들어주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저절로 전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천여 년 전에 말구유에 누웠던 아기예수의 오신 이유이며, 목적이 아닐까. 자선 냄비의 딸랑이는 종소리가 마음속에서 일년 내내 울려 퍼지는 깨우침의 종소리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