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큰 녀석이 댄스 파티(Dance party)가 하이 스쿨(High school)에서 있다고 하면서 기분이 좋아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인 내게 해 오는 말 "엄마, 나 오늘 샤핑 몰(shopping mall)에 가서 파티 복으로 셔츠를 하나 샀으면 좋겠어요" 하는 것이다. 특별히 옷을 챙겨 입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그래, 그럼 엄마랑 함께 가보자" 하고 답을 주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말이 끝나자마자 해 오는 말, "엄마 오늘 저녁만 입고 내일 다시 리턴(return)을 하면 돼요" 하는 것이다. 너무도 놀라워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순간이 어찌나 길던지 이 녀석이 얼른 눈치를 챈 모양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니 그 녀석도 당황하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와 긴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를 탓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내 아들이라서 아니라,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실정이 속상하기만 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서로가 대화 중에 오가는 말일 테니 어찌 아이만 탓할까, 어른인 내가, 우리가 더욱 바른 모습으로 서 있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져 먹었다. 사람들이 이맘때쯤이면 연말에 파티가 많기에 화려한 드레스들을 사 입고 프라이스 택(price tag)을 잘 보관하여 파티를 마치면 옷을 다시 반품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렇듯 어린 아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물어오는 질문에 난 그만 할 말을 잊은 것이다.
무엇이든 쉽게 얻고, 쉽게 실증 내고, 쉽게 버리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어머니인 나와 어른인 나는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 내 부족함의 탓임을 알기에 며칠을 마음이 상하여 있었다. 물론 그 녀석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며, 부도덕한 생각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또한 풍족하게 지내는 미국에서의 생활과 또한 지구 저 편에서는 굶주림으로 허덕이며 생사를 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일러주고 있지만, 저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연말연시가 되니 여기 저기의 시끌시끌한 모습들과 반짝이는 불빛들이 더욱 화려한 풍경으로 있다. 이처럼 화려함으로 있는 그 뒤의 모습은 더욱 어두움의 시린 빛으로 남는다. 집이 없어 어려움에 처해있는 시린 사람들, 홈리스(homeless)들에게는 더욱 추위로 있을 이 겨울한파가 길지 않기를 바람 해 본다. 나눈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을 안다. 모든 경제가 어렵다고 비지니스(business)를 하는 분들의 얘기를 쉽게 듣는다. 내가 넉넉해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절약하며 살아가는 생활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진정한 삶의 나눔일 것이다. 이처럼 날씨가 쌀쌀한 날에는 더욱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이 나보다는 더욱 시려올 테니 말이다.
이처럼 내 편한 생활에서 남의 어려움을 쉽게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우리가 자랄 때와는 또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진정 "어떤 삶의 가치의 틀을 잡아 줄 것인가?" 우리가 자랄 때는 풍족하거나,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랄지라도 부모님들의 절약하고도 모자라 또 아끼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보아왔기에 내 것을 아끼는 것이 몸에 자연스레 배어있다. 그래서 내 것이 아닌, 남의 것도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 늘 여겼었다. 요즘 물질만능주의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무엇이든 풍족하고 쉽게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기에 내 것의 귀함도 잊어버리기 쉽다. 또한 남의 것의 소중함과 귀중함도 소홀히 대하는 것이다.
남의 것이 귀중하다고 생각한다면 물건을 샀다가 특별한 불편함이 없는데도 하루 저녁 파티에서 입고 다음날 리턴(return)한다는 그 사고방식이 남의 것을 훔쳐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무작정 내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돈주고 사 가지고 와서 내 돈 찾아오면 그만인 세상'이 아닌가. 물질만능주의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돈은 중요한 것임을 안다. 하지만,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뭐든 사고 팔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서움을 갖게 한다. 돈의 중요함을 알면 돈의 필요가치에 대해서도 바른 기준이 서야겠다는 생각이다. 돈주고 탐내는 남의 옷이, 옷에 그칠 수 있다면 다행인 일이지만 무뎌진 양심이 더욱 굳어질까 걱정스런 오늘을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