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왕산(旺山) 허위(許蔿)선생과 연천 의병전쟁
연천출신으로 서훈된 연기우, 왕회종, 홍천희 등 12명과 타지역 출신으로 연천에서 활동하여 서훈된 34명을 합하면 연천의병대장은 총 46명에 이른다. 이렇게 의병대장이 많은 것은 1907년 8월 군대강제해산에 맞서 봉기한 의병들이 장기전의 근거지로 임진강과 보개산 일대를 전략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천 의병대장 중 최고의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받은 왕산 허위 선생을 살펴본다.
그는 1896년 을미의병 때 경북 김천에서 봉기한 적이 있고, 1899년 관직에 나아가 평리원 재판장이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이 시기에 장지연을 만나 신학문에 눈을 뜨고 애국계몽사상가로 발전했다.
1904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일으키고 소위 한일의정서를 강제로 체결하여 주권을 침해하자 관리의 신분으로 전국에 사발통문을 돌려 의병봉기를 촉구했고, 일진회를 타도하기 위해 정우회를 결성하여 투쟁하다 1905년 최익현과 함께 일제에 의해 투옥되었다. 석방 후 연금되어 있던 중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탈출하여 전국을 돌며 무장 봉기를 추진했다. 『왕산허위선생의거사실대략』에 의하면 1907년 4월 고종황제로부터 봉기하라는 비밀교지인 의대조(衣帶詔)를 받았다고 한다.
1907년 8월 봉기 후 9월 15일 경 보개산으로 들어와 연천 의병부대를 통괄하는 대장에 추대되었다. 연기우, 김진묵을 부장으로 삼고 왕회종을 재무관으로 삼은 800여명의 의병부대는 일본군의 기습공격을 받아 9월 18일 대광리로 잠시 퇴각했다 9월 27일 다시 심원사로 들어와 일본군 김화수비대와 대접전을 벌였다. 이것을 법화골 전투라고 한다. 법화골 전투 후 의병부대는 큰 인명손실을 입고 세갈래로 분산되었다.
허위와 연기우는 300여명을 이끌고 영평 쪽으로 진출하면서 관인면 용담금광을 습격하여 광부들을 의병으로 모집하여 10월 중순 700여 병력으로 세를 불렸다. 박종한은 140여 병력을 이끌고 9월 30일 마전으로 이동했고, 왕회종은 춘천,양구 방면으로 진출했다.
11월 8일 허위는 1000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두일리로부터 진격하여 마전읍 헌병분견소를 포위하고 회심의 일격을 가해 일본군을 섬멸하고 일진회원을 처단하는 대승리를 거두었다. 이때 김화와 철원에서 마전으로 일본군이 증원되자 그날 밤으로 신속히 부대를 이동시켜 역량을 보존했다. 치고 빠지며 합진과 분진을 교묘히 구사하는 유격전에 일본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학계는 이 마전전투를 이인영대장의 삼산전투와 함께 1907년에 전개된 2대 의병전투로 평가하고 있다.
이후 허위는 포천 백운산 등에서 2000여명의 대부대를 골간으로 강원도 의병대장 이인영과 연합하여 1만여명의 13도 창의군을 결성하여 서울탈환작전을 펼쳤다. 허위는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에도 밝아 당시 각국 공사관에 의병이 국제법상의 교전단체임을 통지했다. 무장항쟁에 놀란 친일파들은 허위의 품계를 삭탈해야 한다고 고종황제에게 압박을 가하고, 이완용은 연천까지 사람을 보내 내무대신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신문지상에 “허위가 이완용에게 한을 품고 죽었다”는 헛소문이 보도될 정도로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임진강 유역은 의병부대가 장악하고 군정을 펼치면서 세금을 징수하고 있었다. 마전군수 한광하가 1907년 9월 서울로 도주했는데 8개월간 새 군수를 발령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적성군수 엄병직도 서울로 도주하고, 삭령군수 최홍준은 전전긍긍하며 정부에 사직을 간청하고 있을 정도였다.
허위는 1908년 2월 13도 창의군의 300여 선봉대를 이끌고 서울탈환작전을 벌여 동대문 밖 30리 지점까지 진출하여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1만여 후속 부대의 전진이 늦어지고 13도 창의군 대장 이인영이 부친상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가자 훗날을 기약하며 연천으로 퇴각했다. 이후 13도 창의군의 전권을 위임받아 경기북부 일대에서 계속 항전하던 중 안타깝게도 1908년 6월 11일 영평군에서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 제1호 사형수로 1908년 10월 21일 순국했다.
훗날 이토오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공판정에 선 안중근 의사가 “허위와 같이 진충갈력과 용맹의 기상을 동포 이천만 백성이 가졌다면 오늘의 국가 치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고관들은 자기 있음을 알고 나라 있음을 알지 못하는 자가 많았다.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관계의 제일의 충신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라고 극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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