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그치고 안개 내리는 날
그 숲에 갔었네.
가난한 나무판에 적힌 시들이
나무에 걸려 눈물없이 울고 있었네.
풀, 꽃, 달, 별,
사슴, 바위, 이슬, 귀천, 환상,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라는
시들을 읽어주니 웃고 있었네.
겨울나무 아래서 시를 읽다가
눈이 시려 눈물이 났네.
시가 미워 발길을 돌렸네.
돌아오는 한 줄기 길 위에서
사방을 살펴도 안개만 자욱했네.
『 귀로 』라는 카페에 들려
따뜻한 차 한잔에 고독을 타 마셨네.
주근깨 듬성한 카페의 여인은
고향 아줌마 같았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