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의 일들을 생각한다. 오늘은 이렇게 해야지 해놓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먹었던 마음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엉뚱한 일을 시작하고 있을 때가 많다. 이렇게 내 스스로가 정한 일도, 정작 내 자신도 내 마음을 정하지 못하니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 나를 바로 바라보고 바로 만나갈 수 있을 때만이 남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일
때론 밀린 빨래거리들로, 집안 일들로 마음이 분주하고 답답할 때가 많다. 주부라는 꼬리표를 저만치 던져버리고 싶어지는 그 마음을 누가 알까? 바로, 내 마음이 아니고 저 쪽 어는 아낙네의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질 때가 있다. 이 얼마나 이기주의적인 못된 마음인가! 이러니 정말 "내 마음 나도 몰라" 정말 모를 일이다. 집안에서와 밖에서의 같은 모습, 같은 마음이길 늘 바라는 바 행동으로는 이토록 힘든 일이 되니 남편에게 제일 코너에 몰일 때가 다름 아닌 '교회 집사 얘기'이다.
꼬투리 잡으려면 그 얘기 하나일까? 좋은 사랑의 마음 짓, 몸짓들도 많은데 꼭 집어 이거다 말해 주는 그 심사는? 알면서도 이제는 빙그레 웃어준다. 트집잡을 일을 만들 때는 언제나 교회 집사인 또 다른 내 이름 '집사'를 들먹인다.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하고 한차례씩 말다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사람의 이야길 들어준다. 실컷 해서 마음이 풀릴 만치 동네 남자 집사님들 골프장에서의 '노 메너(no manner)!' 이야기까지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남편 탓을 줄여가고 있다. 아마도 나를 알아 가는 연습의 시작일 게다. 쉽진 않겠지만 우선 나 자신부터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엊그제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니 딸아이는 '필드하키' 큰 녀석과 작은 녀석은 '풋볼' 운동을 시작하였다. 유니폼이 흰색이라 질척한 잔디밭에서의 운동복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이다. 하루는 빨래를 안 했다. 전 날 입었던 엉망인 채의 연습 복을 다시 입고 내리는 아들녀석을 보며 마음에 걸렸다. 다른 아이들을 두리 번 거려 보는 이 엄마의 모습이라니, 마음에 걸려 내리는 녀석에게 옷이 너무 지저분해서 어떻게 하지? 흐리는 말꼬리로 말을 건넨다. "엄마 괜찮아, 또 뛰면 더러워지는데 하면서 엄마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아들녀석이다" 녀석을 내려주고 돌아오는 차안에서의 뒤통수가 그렇게 뜨거울 수가 없었다.
어젯밤에는 저녁을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빨래를 돌렸다. 흰 운동복을 진흙탕에 넣었다 꺼낸 것만큼이나 막막한 이 옷을 보며 할 수 없이 손빨래를 우선 해야겠다 싶어 열심히 비벼대며 마음을 즐겁게 타일렀다. 그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를 나는 나를 생각하며 혀를 쯧쯧 거렸다. 14년 전 큰 녀석을 낳고 심장이 안 좋다는 얘기로 얼마나 가슴이 떨리고 아팠던가! 그리고 한 십 여 년을 운동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마음을 다스려 보라고 '첼로'를 가르치며 아이를 바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지난해부터 의사의 싸인(허락)하에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에 그 아이의 그 모습을 벌써 나는 잊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손으로 비벼대는 빨래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늘 오후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며 하얗게 씻긴 운동복과 맑은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마음이 흐뭇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아들에게 "야, 옷이 깨끗해서 좋은걸!" 하였더니 녀석이 피식 웃어준다. 이렇듯 작은 일에서도 마음이 커다란 변화를 달고 다닌다.
'내 마음 나도 몰라' 하지만,,,
내 마음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를 때가 많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주저 앉고 싶을 때, 무엇인가 막막해 올 때에 '커다란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며칠 내 주변에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동생처럼 가까운 부부가 있다. 서로의 의견 차이로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런데 막막한 것은 누구의 사정의 얘기에 답할 얘깃거리가 궁하기 그지 없다. 부부의 일이 그렇거니와 이유야 누구에게나 다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냥 기도만 함께 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마음을 모아본다.
이렇듯 마음먹기에 따라 미움도 생기고 사랑도 쌓인다. 늘 남의 탓이라고, 저 사람 때문이라고 삿대 짓을 하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도 보고 한바탕 울음을 토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내 마음에서 시작되었음을 알아가고 있다' 누구의 탓에서 이제는 나를 들여다보고 싶어진 것이다. 내 안에 사랑을 먼저 채워 가야겠다는 생각이 일기 시작했다. 올 가을은 남이 아닌, 내 자신에게 사랑을 찾아가는, 찾아내는 이미 들어있는 사랑들을 만나가고 싶어졌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싶어지는 지금이 나를 만나기에 제일 좋은 시간일거란 생각을 해본다.
올 가을엔, 무엇인가 내 안에 가득 고인 물들을 퍼내는 일과 찌꺼기가 있다면 주워내 올려서 맑게 씻기길 소원에 놓아본다. 그래서 더욱 맑은 물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맑은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그렇게 씻기워지길 기도하는 마음과 깊은 묵상으로 올 가을을 풍성하게 채워가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의 아픔을 만났을 때 궁하지 않은 나눌 수 있는 '부자의 마음'이면 좋겠다. 사랑도, 마음도, 기쁨도, 아픔도, 슬픔도 함께 나눠 가는 그런 날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자신이 맑히 씻기워지길, 내 자신이 먼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풍성해지길 기도해 본다.
내 마음 나도 모를 수밖에...
아마도 나를 지으신 분은 잘 알고 계실게다. 내 마음을, 내 깊은 속을, 숨소리까지도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기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렇듯 '호흡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인지를, 내가 내 마음은 잘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것을 아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인가! 말이다. 마음까지야 알 수 없지만, 이 귀한 '생명'을 알고, 지금 내가 나로 있다는 것을 느끼는 지금이야말로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가득 일어온다. 특별히 욕심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부자의 마음'이 가득 차 온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인 것이다. 내일을 욕심 내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이 감사가 참 행복이고 축복임을 알기에 오늘이 '바로 행복의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