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과거의 일이었다고
잊고 살았다
추억 속에서나 뛰노는
장 서지 않는 날 저녁 무렵의
맨발로 닭 싸움 하던 일을
습관화 되어 버리고
잘 훈련된 콘크리트 도로 걷기를
별다른 자각증세 없이
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당연한 현실이라고 자위하였다
지천명의 나이의 문을 열고
이제는
맨발로 논두렁 걷고 싶다
발바닥에 느껴오던 촉촉한 추억
따끔거리는 잔 돌맹이의 감촉
보들보들한 풀 잎들의 간지럼
밭 고랑 사이에서
발가락 비집고 오르는 물기 먹은 흙
내 발등을 징검다리 삼아
폴짝 뛰어넘는 청개구리의 운동신경
밭두둑을 오를 때면
발가락마다 힘을 주어 꼬부리고
둔덕 틈 찾아 힘을 주었었지
물 먹은 논
써레질 끝이 나면
모춤 던지면 튀는 흙탕물이
이마에, 눈가에 달라붙어도
종아리 까지 집어삼킨 논 때문에
도망도 못가고 웃었는데
새참 먹으로 두둑에 올라서서
손으로 다리에 묻은 흙 털어내고
흙 묻은 손으로 막걸리 잔 받아
벌컥 잘도 마셨지
한 해 가을 벼 베던 날
검정 고무신 신고 볏단 옮기면서
옆구리 찢어진 틈새로
한번씩 톡 찌르는 베임 받은 밑 둥의 감촉
땅콩은 모래밭이 잘 된다고
임진강 변 모래밭에 심은 땅콩
서리해 먹기는 맨발이 최고였기에
발바닥 간질이는 모래의 심술을
웃음 참느라 애를 쓰면서
한 손에 한 움큼씩
땅콩 줄기 잡아들고 강으로 뛰었지
그래!
임진강 다슬기 잡을 때에도
나는 맨발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