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만리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는 더욱 추석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일 것이다. 특별히 부모님들을 모시지 못하고 와있는 경우는 더욱이 그렇다. 추석이란 명절이 이곳에서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지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 편에는 부모형제 가족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술을 빚고 떡을 만들어 먹는 그 아름다운 고유의 미풍양속을 어찌 잊을까?
그리운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늦은 밤 슬그머니 뒷짐을 짓고 밖에 나와 맑고 밝은 달빛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일이 어찌 어느 한 사람의 일일까? 아마도 저 고향 하늘에서 자녀들이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부모님의 그 정성이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렀다고, 멀리 떠나와 있다고 어찌 부모와 자식간의 그 천륜이 이어지지 않을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부모의 참 사랑으로 오늘도 이렇듯 맑고 밝은 하루를 맞이할 것이리라.
'한가위'를 추석(秋夕), 중추절(仲秋節·中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다. 이렇듯 일년 중 날씨가 하늘이 맑고 쾌청하여 제일 좋을 때이며, 햇곡식과 햇과일들로 넉넉하고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기에 모두가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축제를 벌이고 나누고 했던 것이리라. 사람들과 자연들과 들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동물들도 함께 풍족한 이 때를 기뻐했을 이 가을을 '추석 한가위'를 서로에게 나누고 축복했으리란 생각을 갖아본다.
그래서 이렇듯 풍족하고 기쁜 날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하지 않았을까? 이 땅에 살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내 조국에 대한 전통의 뿌리를 심어줄 수 있다면 더욱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갖아보기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외조부, 외조모) 그리고 고모, 이모, 삼촌, 외삼촌 이 이름들마저도 어렴풋하게 흐려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기에 더욱이 간절하고 그리움으로 남는가보다.
한가위처럼 모든 여건이 좋은 형편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철없을 때 그런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보통으로만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이다. 어느 덧 '불혹'의 언덕을 오르며 '보통/평범한 것'이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로운 뉴스를 만난다. 어쩌면 듣고 싶지 않아도 귀를 좇아와 들려주는 세상의 험한 얘기들을 듣게된다. 기쁜 이야기들보다는 세상의 어려운 일들, 참담한 일들을 만나며 어찌 나만이, 내 가족만이, 내 이웃만이 편하게, 평범하게 살게 해달라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엄청난 재해를 맞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 멀리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나와는 상관이 없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선조 들이 그토록 소망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축복했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의 이 말은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자고 소원했을 말인 것이다. 보릿고개의 어려운 때를 가뭄이 땅을 가르고 천둥번개 홍수로 곡식들을 쓸어갔었을 그 때에도 이처럼 한 마음의 기도를 드렸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평안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었을 이 말이 오늘에 더욱이 가슴에 사무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고통을 겪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지금의 상황들을 보며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 마음, 한 몸의 한 지체이기에 지금의 아픔들이 내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상처가 상처로 있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찢긴 자리에 새 살이 돋는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새 살을 돋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혼자가 아닌 세상에서 우리로 걸어갈 수 있는 지금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날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