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일을 앞두고
牛步/고정현
내 아버지께서는 1991년 12월31일 돌아가셨다, 벌써 16년이 되었으니...
내일이 아버지의 기일이므로 형제들 모두가 나의 집으로 모일 것이다,
어머니는 벌써부터 음식을 조금씩 장만하고 계시고, 나는 덤덤히 그렇게 준비를 한다,
내 아버지... 참으로 어려운 인생을 사신 분이셨다,
긴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나의 태어나게 된 배경만 소개하고 싶다,
내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다, 아오라지로 유명하고, 강원랜드가 있는 곳, 소금강, 화암약수, 화암동굴,
정선 오일장, 백봉령, 등등,
우리 오대 조 께서 낙향을 하시면서 정선에 터를 잡으셨단다, 그 장손이 거하는 집은 지역 문화재로 지정받고있다, 정선 읍 사무소 앞에는 두 그루의 큰 뽕나무가 있는데 바로 그 앞집에서 나는 태어났다
아버지는 첫 번 결혼을 실패하신 분이시다, 우리는 첫 번 부인을 선모라 칭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부인과 결혼하시고 자식을 낳으면 돌이 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몇명이나..? 여섯명이라면 믿겠는가? 그것도 아들들만...
당시 정선 읍에서 보름 굿을 하신 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셨다, 소장사를 하셔서 쓸만 큼의 돈은 있었다고 하였으니 그 기막힌 사연을 누가 믿겠는가,
마지막으로 그 부인마져 돌아가셨다, 정선에서 조금 떨어진 백운대가 고향이셨던 선모...
그 후 우리 어머니를 만나셨는데, 나이차가 14년이나 된다, 어머니는 경주최씨이신데 지금 보아도 아버지와 그리 행복한 부부생활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를 만나시고 첫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마져 죽었으니...
결국 아버지의 눈 앞에서 자식이 일곱, 그리고 부인까지 여덟 사람의 죽음을 보셔야만 했던 것이다,
두번째 아기(지금 내 형님이시다)를 가지고 난 후 어머니께서는 주변 사람의 인도로 교회를 나가셨고...
그 후 둘째인 나, 세째인 동생, 네째인 여동생, 막내로 아들을 낳아 사남일녀를 두게 되었다,
후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으리라 보지만 나는 결혼을 당시로 보아도 너무 일찍한 사람이다,
20세에 결혼하여(그것도 형님과 합동결혼이다) 21살에 아들을 낳고 군에갔으니, 지나가는 사람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그 아들이 지금 31살 결혼하여 나에게 첫 손자를 보게하였고, 이제 몇일 후면 박사과정을 하기 위하여 영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 친구를 통 털어도 친손자를 본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내 형님과 나는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아버지에게 노래처럼 듣는 말이 있었다,
"나 죽기 전에 며느리 볼 수 있을까?"
덕분에 형님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부터 방학만 되면 선을 보러 다녀야 했고...
그것이 이유가 되었는지 결혼은 우리의 의사 보다는 아버지의 결정이 더 큰 효력을 발휘했으니...
오래 살으셔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서인지 누구한테 듣거나 티브이에서 몸에 좋다는 소개만 되면 온갖 약재를 드셔야 했던 아버지는 그로 인하여 돌아가실 때 상당한 고생을 하셔야만 했다,
첫 손자(내 아들이다, 형님보다 내가 두달정도 빠르게 낳았다)얻으셨을 때에는 강원도 정선에서 산삼을 구하여 대린 물을 한 방울씩 아기 입에 넣어주시기를 칠일간 하셨을 정도이니...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막내의 결혼식까지 보셨고, 그리고 돌아가셨다
그 아버지의 기일이 내일이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문득 내 아버지의 모습이 내게도 있음을 본다...
고마우신 분, 자식 사랑에는 너무나 끔찍하셨던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