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풀 나무 한 짐과 바꾼 잠바)
나는 국민학교 6학년 시절부터 겨울 방학이 되면 나무를 하러 다녀야 했다,
그렇다고 나뭇꾼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생활이 어려워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당시 우리 집은 군남면, 왕징면, 미산면 삼 개면의 중심지에 살았으며 (왕징면과 미산면은 화이트교를 건너야 했는데, 당시만 해도 그 지역 주민이 아니면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오일에 한 번 서는 장이 바로 이 삼개면의 유일한 장날이 되었는데 그 장 터 앞에서 쌀과 연탄과 술등을 파는 가개를 하였으며(그것도 유일한 품목을..)
당시 아버지는 공화당(국회의원이 내무부장관까지 지낸 분이다)의 무엇인가 를 하셨으며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지국장 밑 지역 기자로 있으셨기에...
겨울이 오기 전에 아버지는 나무를 두 차 구입하여 마당에 쌓아 놓으셨다, 그리고는 형님과 나에게 하루에 한 짐씩 나무를 해오라 하셨다,
방학동안 빈둥빈둥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6학년 그해 겨울 방학이 되자 어머니는 나에게 잠바를 하나 사 주셨다, 한이 삼년은 입어야 한다며 사 주셨기에 팔은 걷어야 했고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잠바였는데 당시에는 그 동네에서 제일 고급 잠바라 기억된다, 나일론천으로 만들었는데 그 안에는 스폰지를 넣어 따뜻하게 만든 잠바였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 얼어버린 임진강을 건너면 궁굴산이라는 산이 있다, 그 앞에 군인들의 포 훈련장이었는데 그 주변에는 갈대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곳이다, 나와 형님 그리고 몇몇 친구들은 그리로 갈대 풀 나무를 하러 가게 되었다, 갈대 풀 나무는 화력도 좋지만 그 풀을 벨 때에 얼마나 먼지가 많은지 나중에 코를 풀면 코 보다는 시커먼 먼지만 가득 할 때도 있었는데
그 날도 나무를 한 짐씩 해서 지게에 올려 묶어 놓고 몸이나 녹이자고 풀을 모아서 불을 질렀다,
그리고는 앞으로 쬐고 뒤로 쬐는데...
그만 그 나일론 잠바에 불이 붙어 버린 것이다, 생각해 보라 나일론이 얼마나 잘 타겠는가를...후루룩 하는데... 그 안에 스폰지까지 있었으니, 불을 끄기보다는 벗는 것이 더 바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은 잠바를 두어번 입어보고는...
그날 밤 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동네 주변을 어스렁 거리며 배회하다가 늦은 시간 집의 창문 옆에 서서 집안의 공기를 살피는데...(조용해지면 들어가 자려고)
안에서 어머니의 말씀이 들려온다,
"그놈의 ? 옷은 옷이고 저녁이나 먹어야지...이 추위에 잠바도 태워먹고..."
아버지의 말씀
"허! 그놈 그래도 어디서 떨지는 않을게야, 친구네 집에라도 들어가 있겠지.."
어머니 말씀
"아니! 당신은 자식이 나무하러 같다가 밤이 늦도록 들어오지도 않는데 걱정 도 안되요.?"
지금 내 생각이지만 그때 만일 나무를 지고 집에 들어가서 옷을 태웠다고 말씀드렸더라면 그날이 내 제삿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옷도 형의 옷을 물려받아 입었고 일년가야 명절 때나 양발 한 컬레 선물 받을수 있었을 때이었으니...
어디가 조금 아플 때 다른 곳을 더 아프게 만들어 버리면 처음 아픈 곳의 아픔이 생각나지 않는 것 처럼, 잠바 걱정 보다는 아들 걱정이 더 큰 일이 되어버리니 아들이 집에 들어 오기만 바랬던 어머니의 마음,
내가 너무 머리가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영악했던 것인지...
그것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어머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아직도 드리지 못했음이 죄송스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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