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막걸리 국)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 잔 탄다,
이상스레 성년기의 습관이 되 살아난 듯 하는데...
그 때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찾았기 때문이다,
아주 진한 불렉 커피를 머그잔에 거의 가득 타서 마셔야만 하루를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커피에 설탕을 조금 타서 마실 뿐 머그 잔에 타서 마시는 습관이 재발한 것이다,
년초에 모든 분들이 희망어린 글과 시를 올리는데 나는 그렇지가 않은 것도...
새해의 처음 시가 "나는 떠나고 싶다" 였는데 다시금 쓰는 시도 그런 듯 하여, 인간, 인생, 삶, 이러한 것들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아침에 문득 아버지가 다시금 생각나는 것은 왜 그럴까.?
어느 해 여름
가뭄에 바짝 타 들어가는 다락 논에 가신 아버지, 그리고 형님과 나는 말라가는 논에 단 한 포기의 벼라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논 위의 웅덩이에서 물을 퍼 논에 뿌리는 일을 하였었다,
점심 때 어머니는 고개를 넘어 점심을 머리에 이고 오셨고 우리는 둘러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몇 수저 뜨시던 아버지께서 국 그릇의 국을 비우시고는 막걸리를 한 잔 부으셨다, 그리고는 그 막걸리에 밥을 두어술 떠서 말아가지고 드시는 것인데...
잊고 살았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나 자신이 일을 하면서 밥을 먹어야 겠다는 욕구를 잊어 버린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다시 그 당시의 아버지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흉내를 내어 보았다,
막걸리에 밥을 말아서 한 숫갈 떠서 입으로...
그리고는 곧 뱉어 내어야만 했는데...
도저히 막걸리에 말아놓은 밥을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는 왜 그렇게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은 막걸리 국밥을 드셨을까?
오늘 아침에 이해가 되는 것은
일을 하셔야만 했는데
밥맛은 없으셨고
막걸리만 드시면
빈 속에 취하실 듯 하셨기에
그렇게 막걸리에 밥을 말아 드셨다는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