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은...
牛步/고정현
나의 유년 시기는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더욱 많이 있다,
지역적으로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하간 참 힘들었던 시절이었다고 말하련다,
하지만 오늘은 즐거웠던 기억 을 조금 쓰련다,
초등학교를 두 군데를 다녔다, 군남국민학교, 왕산국민학교(예전에 부르던 명칭이다)
군남국민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고 왕산국민학교가 개교를 하면서 옮긴 것이다,
군남국민학교는 일제시대에 지어진 학교이다, 나무 판자를 이어 붙힌 학교... 우리 집에서 오리 길을 걸어야만 했는데..이 오리 길이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준 길이 되었다,
너무나 어려웠던 시절...학교에서는 미국에서 보내준 원조물 중에 우유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어린이들에게 나누어주곤 했는데, 보통 일 주일에 한번은 옥수수 빵을 주었다, 꼭 옛날 신앙촌 카스테라 처럼 구워진 빵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맛으로 먹은 것 같지는 않은 빵이다,
또 하나는 옥수수 죽을 쑤어 점심시간에 나누어 주는 것인데...
학교 뒷 마당에 큰 쇠 솥을 걸어놓고 죽을 쑤어 학년별로, 반별로 바께쓰(양동이)로 날라다 주면 그것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아이들은 가능한 빨리먹고 혹 남은 것이 있으면 한 번 더 타 먹으려 노력하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배급하는 고학년 선배들이 자신들의 몫을 챙기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시절 부터 비리는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쯤 나누어 주는 우유 가루이다,
이 날이 제일 신나는 날인데, 보통 종이 봉지에 우유가루를 나누어 주면 우리는 오리 길을 걸으면서 조금씩 혀로 핱아 먹으면서 집으로 가는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입 주변이 하얗게 되는데 이것 조차도 혀로 핱을 수 있는 지역까지는 최선을 다해 핱아 먹곤 하였다,
이 우유 가루를 어머니께 같다 드리면 밥이 뜸이 들때 우유 가루에 당원을 타서 개어가지고 밥 위에 쪄 주시는데 이것 또한 깨물어 먹는 기분이 그럴듯 하였다, 얼마나 딱딱한지...
몇년 전에 북한동포들의 소식을 듣고 그들을 돕자는 운동이 몇 몇 사람들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당시 4인가족이 12,500원이면 한달을 살 수 있는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여서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월 일정액을 걷기 시작하였다, 대표를 정하고 그들이 중국의 단둥 지방에 가서 옥수수 가루와 밀가루 그리고 쌀 등을 구입하여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하였다,
한 3년여를 그렇게 하였는데,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중국사람들에게 옥수수가루를 주문하면 그들은 옥수수만 따로 가루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옥수수 대궁까지 모조리 베어서 갈아버린다는 것이다,
그 소식에 상당히 마음이 않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어릴 적 학교에서 타 먹던 옥수수 가루도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혹 동물들의 사료용이 우리의 간식이 된 것은 아닌지...
우유가루도 그들의 잉여분을 버리기 아까워 우리에게 보낸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도 정부 저장 창고에 있는 쌀 들 중 썩어버리는 것이 꽤나 많다는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도움을 주려면 도움받는 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고 주어야 한다고...
하긴 어릴 때에는 구호물이라도 나누어 주는 것에 만족했으니 그들은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지금 생각하니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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